- 한국산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처럼
두바이 현지서도 닮은꼴 제품 판매
‘한국식 티슈브레드·뚱도넛’도 인기
두바이에서 판매되는 ‘한국식 티슈브레드’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한국에서 ‘두바이 초콜릿’ 인기가 뜨겁다면,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선 ‘티슈브레드’나 ‘뚱도넛(뚱뚱한 도넛)’이 한국식 이름을 달고 열풍이다. 국내에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두바이 현지에선 ‘한국 스타일’ 빵이 복제되고 있다.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편의점 CU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후 중고거래 시장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두바이 출장 전 구매대행 주문을 받는다”는 글도 볼 수 있다. 배달앱 쿠팡이츠에선 ‘두바이’가 인기 검색어 1위다. ‘두바이 초콜릿 케이크’를 제작해 판매하는 카페도 있다.
원조는 두바이 디저트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의 초콜릿 중 녹색을 띤 ‘Can't get knafeh(크나페·중동 디저트) of it’ 이다. 국내에선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초콜릿’으로 불린다. 초콜릿에 들어간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카다이프(중동식 면의 일종)의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구하기가 어렵다. ‘두바이 스타일’ 복제품이 잇따르는 이유다.
현지에선 반응이 어떨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두바이지사에 따르면 이 브랜드는 지난 2021년 영국계 이집트인(sarah hamouda)이 임신 후 먹던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집에서 남편과 함께 부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10명이 일한다.
류한샘 aT 두바이지사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남아공 등에서 입소문이 난 후 역으로 UAE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바이에선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배달앱 딜리버루(deliveroo)에서만 구매가 가능한데, 하루 두 차례 판매가 시작되면 1분 안에 바로 매진된다”고 덧붙였다.
쿠팡이츠 인기 검색어 1위인 ‘두바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든 ‘두바이 초콜릿 케이크’. 육성연 기자 |
그는 UAE 디저트 시장에서 해당 초콜릿과 함께 ‘한국식 베이커리’가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인기인 베이커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해지면서 발 빠른 현지 업계가 비슷한 빵을 만들어 판다는 설명이다.
23세 젊은 대표(Sree)가 만든 ‘아우라 베이커리(Aura bakery)’가 대표 사례다. 현지 매체 칼리지타임즈의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코리안 밀크 도넛(Korean Milk Doughnut)’이란 이름으로 3가지 맛(스트로베리, 쿠키앤크림, 블루베리)을 판매한다. 한국 ‘뚱도넛’의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을 그대로 재현했다. 가격은 15디르함(약 5500원)이다. 현지 던킨도너츠의 평균 가격대인 7~8디르함보다 비싸다.
업체 대표는 강렬한 인상의 상품을 찾던 중 한국식 도넛과 ‘코리안’ 키워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한국식 뚱도넛은 현지에서 대중적인 봄볼로니 도넛(빵에 작은 구멍을 내어 필링을 넣는)을 제치고 인기 높은 주력 품목이 됐다. 반으로 가른 빵에 필링을 듬뿍 바른 것이 특징이다. 류한샘 두바이지사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뚱도넛’은 굉장히 신기한 비주얼”이라고 말했다.
‘코리안 티슈브레드(천겹식빵)’로 불리는 빵 역시 UAE SNS를 장악했다. 얇은 반죽을 여러 겹 쌓아 만든 식빵이다. 마치 티슈처럼 한 장씩 뜯어 먹는 재미와 쫄깃한 식감 등으로 회제다. 각종 소스를 찍어 포크로 돌돌 말아 먹기도 한다. 해당 식빵은 현지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점에서 41~45디르함(약 1만5000원~1만6000원·소스 포함)에 판매된다.
두바이 현지업체 아우라베이커리가 판매하는 ‘코리안 밀크 도넛’ [Aura bakery SNS 캡처] |
두바이 현지인이 만든 ‘한국식 티슈브레드(왼쪽)’, 국내 마켓컬리에 입점된 티슈브레드 [aT·컬리 제공] |
티슈브레드는 국내에서 인기 베이커리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더 트러플베이커리’가 유명하다. 온라인몰 마켓컬리에 지난 4월 단독 입점했다. 김지애 컬리 커머스 베이커리팀 상품기획자는 “온라인에서 티슈브레드가 화제를 모으자, 유명 빵집을 수소문해 입점시켰다”며 “매주 2500개 판매량이 1~2일 안에 소진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류한샘 aT 관계자는 “최근 두바이에서 ‘코리안’ 키워드로 한국 유행 베이커리를 현지인이 직접 만드는 곳이 생기고 있다”며 “UAE는 한류 열풍이 빠르게 퍼지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6개국 조사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높은 국가가 UAE로 조사됐다.
이규민 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두바이 초콜릿과 UAE 내 한국식 빵의 인기는 SNS를 통한 ‘글로벌화와 높은 문화적 호기심’이 작용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SNS는 다른 문화의 음식을 맛보려는 열망과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심리를 자극한다”며 “특히 디저트는 소비 경험을 통해 ‘자기만족과 자존감’을 높이려는 성향이 강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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