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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채용 비리’ 2번 무혐의 처리한 경찰…법원 “부실수사로 보기 어려워”
뉴스종합| 2024-08-19 07:00
이상직 전 의원이 지난 2022년 전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2021년 이스타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 2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일선경찰서 팀장이 ‘부실 수사’를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당시 수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실 수사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지난 6월 경찰 A씨가 서울시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 수사를 맡게 됐다. 2021년 4월 언론보도와 시민단체의 고발로 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였던 이상직 당시 무소속 의원이 2014~2015년 청탁을 받고 채용을 지시하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였다.

A씨는 사건을 소속팀 경위 B씨에게 배당했다. B씨는 2021년 10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필요하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했고, 서울시경찰청은 압수수색·보강수사를 지시했다. B씨는 추가 수사를 진행했으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고, 2022년 3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1차 무혐의 처분). 사무실 이전,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2014~2015년 채용 관련 업무 문서 압수수색이 어렵고 의혹을 제기한 기자 또한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였다.

고발인은 이의를 신청했고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서울남부지검이 다시 강서서에 재수사를 요청했으나 B씨는 2022년 6월 다시 불송치 결정(2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같은해 7월 사건은 당시 이전 의원의 횡령,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이던 전주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다. 전주지검은 다음달인 8월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2022년 11월 총 147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의원은 관련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국회 언론 등에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서울시경찰청은 2022년 10월 수사팀장 A씨가 상급자로서 수사 지휘·감독을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수사 담당자 B씨는 감봉 2개월, A씨의 상급자로 당시 수사과장인 경정 C씨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내린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는 B의 수사가 부실했음을 전제로 원고(A씨)가 상급자로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며 “(하지만)원고가 성실의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우선 1심 재판부는 B씨의 부실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기자의 비협조로 진술증거 확보 등으로 수사계획을 세웠으나, 진술 확보가 어려워 수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특별시경찰청의 수사지휘나 검찰청의 재수사 요청에 따른 사항도 대부분 이행했다”며 “당시 범죄사실 일부조차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판단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징계는 결국 채용비리 사건의 증거가 확보·기소됐음을 이유로 원고가 당시 노력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탓하는 것”이라며 “현재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 시점의 판단, 당부, 과실을 논하면 사후과잉확신편향에 빠질 위험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수사를 인정한다 해도 A씨 등 일선경찰서에만 책임을 무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경찰서장 특별관리 사건이로 지정돼 원고와 경정C는 매주 검토회의를 했고 경찰서장에게 보고됐다. 서울시경찰청에도 지속 보고됐다”며 “결국 서울시경찰청의 추가 수사지휘 없이 종결처리 됐던 점 등을 비춰보면 원고에게만 채용비리 사건 수사 감독자로서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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