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00만명 동시투약 가능, 강원도에 공장까지...캐나다 밴쿠버 마약조직 구속
뉴스종합| 2024-08-19 13:34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코카인 밀반입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압수한 코카인 60㎏이 책상에 깔려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해외에서 1800억원대 액상 마약을 국내에 들인 뒤 고체 형태로 가공, 유통한 캐나다인 마약조직원 등이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캐나다 마약 조직원 A(55)씨와 국내 판매책 B(27)씨 등 모두 3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해외에서 컨테이너 운반용 선박을 통해 시가 1800억원 상당의 액상 코카인 60㎏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양경찰관이 19일 오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코카인 밀반입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캐나다 밴쿠버의 마약 조직을 뜻하는 'UN'이라고 적힌 마약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A씨가 밀반입한 코카인은 2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에서 적발된 코카인 유통량 중 최대 규모다.

A씨는 고체 코카인이 특유 냄새로 적발될 것을 대비해 액체 형태로 밀반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캐나다에서 코카인 유통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이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네가 가라’고 해서 입국했다”며 “액체 상태의 코카인을 어디에서, 어떻게 가루 형태로 가공했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페인트 통처럼 생긴 용기에 액체 상태의 코카인을 특수물질과 혼합해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들여왔다는 말을 들었다”면서도 밀반입 경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중부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코카인 마약 밀수 검거 브리핑에서 압수한 코카인에 캐나다 밴쿠버의 마약 조직을 뜻하는 영어 'UN'이 각인돼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A씨는 강원도 한 창고를 빌려 액상 코카인을 가루로 만드는 가공 공장을 차렸다. 그는 지난 4월부터 두 달가량 이 공장에 총 9차례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해경은 콜롬비아계 외국인 조직원 2명이 코카인을 가공한 것으로 보고 쫓고 있다.

해경은 숙소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콜롬비아계 외국인 조직원 2명의 신원 확인에 나서는 한편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이들이 국내에 머물고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A씨는 과거에도 미국 등지에서 선박을 통해 코카인을 밀수하다 검거돼 2001년과 2010년에 수감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해경은 이달 초 국정원으로부터 캐나다 마약 조직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잠복 끝에 지난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코카인 판매를 시도하던 B씨를 긴급체포한 데 이어 경기 김포에서 A씨 등을 잇달아 검거했다. 또 A씨 집을 추가로 압수수색해 코카인 60㎏을 모두 압수했다.

압수한 코카인 포장지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마약 조직을 뜻하는 영어 'UN'이 각인돼 있었다.

해경은 코카인을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가공해 유통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유통 전 컨테이너선이나 화물선에서 압수된 코카인 밀수사건을 제외하고, 국내 수사기관 담당 사건으로 유통 과정에서 압수한 코카인양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해경은 A씨 등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고, 선박 밀반입 시점과 코카인 가공 과정 등을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소병용 중부해경청 수사과장은 "국내도 이제는 더 이상 코카인의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며 "캐나다 마약 조직과 국내 조직의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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