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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꽂힌 큐캐피탈, ‘레이블’ 모델로 시장 선점한다 [투자360]
뉴스종합| 2024-08-19 17:00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콘텐츠 제작사를 품게 되면서 인수자의 기업가치 제고 전략에 투자업계의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산업군별 특화 전략을 택하는 이른바 ‘레이블’ 모델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큐캐피탈파트너스(이하 큐캐피탈)는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경영권 지분을 18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큐캐피탈은 오는 11월 잔금납입을 통한 거래종결(딜 클로징)을 앞뒀다.

초록뱀미디어는 ‘나의 해방일지’,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등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를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다. 지난해 임원에 대한 경제 범죄 혐의로 인해 코스닥 시장 거래가 중지된 상태로, 내년 초까지 매각 완료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초록뱀미디어 인수가 큐캐피탈의 투자 철학이 이어진 사례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큐캐피탈은 콘텐츠펀드를 통해 2017년 이후 ‘기생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에 투자하며 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앞서 큐캐피탈이 조성했던 콘텐츠펀드는 내부수익률(IRR) 25% 상당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투자수익률을 창출했다.

큐캐피탈은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통해 드라마 제작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 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영역을 드라마로만 한정짓지는 않는다. 그동안 초록뱀미디어가 공중파 등 레거시 미디어에 주력했다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또한 공략할 예정이다. OTT에 적합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한다. 아울러 웹툰 기반의 콘텐츠, 길이가 짧은 영상인 숏폼 등 여러 모델을 전문 제작사가 담당하는 ‘레이블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밸류업 전략을 수립하게 된 배경에는 콘텐츠 투자에 잔뼈가 굵은 운용사의 경험이 자리한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우선 현금곳간이 넉넉해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 등에게 제작하는 선급금, 작품 제작비 등 콘텐츠 방영 전까지 ‘캐시 버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큐캐피탈은 콘텐츠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등 초록뱀미디어가 보유한 비영업용자산 2500억원어치 상당을 순차적으로 처분해 인수기업 사업 확대 마중물로 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초록뱀미디어 자회사의 인적·물적 자산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초록뱀미디어는 트로트 가수 이찬원·장윤정 등 80여명 아티스트가 소속된 티엔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 등이 소속된 후크엔터테인먼트 등 매니지먼트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400여명의 전문 모델이 몸담고 있는 케이플러스홀딩스는 관계사다. 이외에 후라이드참잘하는집, 세상의 모든 아침 등 식음료(F&B) 사업은 큐캐피탈의 기존 포트폴리오기업 노랑통닭과 시너지 도출이 기대된다.

때문에 시장에서 평가받던 초록뱀미디어에 대한 몸값은 시가총액 1300억원 상당을 웃돌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사 당시 원매자들이 확인한 초록뱀미디어의 순자산은 3400억원으로, 이를 감안한 기업가치 밸류에이션은 4500억원 상당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아울러 비경상손익 요소가 제거된 인수대상 회사의 조정 에비타(Normalized EBITDA)를 감안하면 큐캐피탈이 적용한 밸류에이션은 약 8배 내외로 추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산업군에 6~10배 상당을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인수자가 8배를 적정 밸류에이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드라마 제작사를 넘어 여러 콘텐츠 분야를 막론한다면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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