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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무겁고 쓰레기까지” 정수기 놔두고 왜 생수 사 먹어?
뉴스종합| 2024-08-20 19:50
생수병.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돈 아끼려고 샀던건데.”

생수와 정수기, 어떤 것이 더 좋을까. 경제성, 편리함 등 다양한 이유로 선택이 갈린다. 게다가 최근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떤 게 더 환경에 이로울지도 관심사다.

환경을 감안한다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정수기가 이점이 크다. 그럼 경제적으론 어떨까?

생수 소비량은 가정마다 편차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에 2ℓ 24개 가량을 소비한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월 2만원(정기배송 기준) 가량 된다.

정수기 렌탈 비용은 어떨까? 이 역시 회사나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월 2만~3만원대에 쓸 수 있다. 제품에 따라 더 저렴한 렌탈도 가능하다.

실제 서울 송파구 주부 A씨는 최근 생수를 사 먹다가 정수기로 교체했다. 생수를 사 마실 땐 3인 가족이 2ℓ 생수를 하루 한 병씩 사용했다. 개당 1000원 정도에 구매해 월 3만원 정도가 들었다.

A씨는 “생수를 사 먹은 건 정수기보다 저렴할 거 같아서 였다”며 “그런데 매번 사다 먹는게 귀찮아 정수기 렌탈을 알아봤는데 오히려 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바꿔봤다”고 말했다.

A씨는 기본 냉온수 기능만 하는 소형 정수기를 선택했는데 2년 약정 기간에 할인 카드를 발급 받으면서 월 렌탈료는 2만원대다. 오히려 정수기 비용이 생수보다 더 저렴한 것이다.

정수기. 독자 제공

A씨는 “생수 사먹는게 더 쌀 줄 알았는데 정수기로 먹는게 더 이득일 줄은 몰랐다”며 “생수는 항상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했는데 정수기는 뜨거운 물도 바로 나와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무거운 생수병을 옮기는 수고가 없어지는 것도 장점. 생수 2병 무게는 약 2㎏. 6개들이 한 묶음이면 약 12㎏이 된다. 최근에는 생수도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많지만 마트에서 직접 사서 가져올 때는 만만치 않은 무게다.

직장인 B씨는 “원래는 배달시켜 먹는데 며칠 전 생수가 떨어져 가까운 마트에서 사 온 적이 있다”며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한 묶음을 집까지 들고 오다가 팔이 빠질 것처럼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수를 사 먹다가 정수기로 교체했을 때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B씨의 경우 2ℓ 페트병이 하루 한 개씩 배출됐으니 한 달이면 30개의 페트병을 배출한 셈이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소비 페트병 개수는 56억개, 1인당 소비 개수는 109개다. 이 중 상당수가 생수병일 것으로 추산된다.

즉 A씨처럼 생수병을 사 먹다가 정수기로 교체할 때 연간 소비하는 페트병도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생수를 담는 페트병이 모두 재활용되는 상황도 아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페트병 재활용 현황을 보면 생수를 주로 담는 투명 페트병은 총 30만4699톤이 출고됐는데 이 중 23만4184톤이 재활용됐다. 재활용률은 약 76.9%다.

다 쓰고 모은 생수병. 독자 제공

여기에 생수병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지난 1월 미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한 결과 1ℓ짜리 생수 1병에는 평균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가 꼭 안전하다는 믿음도 사라진 셈이다.

B씨는 “생수는 안전하다는 생각에 먹은게 가장 컸는데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며 “안전성·경제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편리성 면에서는 정수기가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최근에는 ESG 차원에서 생수 대신 정수기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실제 메리어트 계열 일부 호텔들과 워커힐호텔에는 올 해부터 객실에 생수병 대신 정수기를 설치했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로 먹느냐 생수로 먹느냐는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생수보단 정수기가 좋을 것”이라며 “정수기는 필터 교체 등 관리만 잘하면 안심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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