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각 구조 열어둔 채 FI와 물밑 협상
시장서 거론되는 몸값 4조 상회
SK스페셜티 활용법 눈길
“재무구조 개선카드로 꾸준히 언급”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조(兆) 단위 몸값이 기대되는 매물 SK스페셜티가 인수·합병(M&A) 시장에 출회된 가운데 특수가스 시장에 ‘큰 장’이 열릴지 투자업계가 주목하는 모습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인수를 독자적으로 검토하거나 혹은 타 펀드와 함께 공동 투자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스페셜티 매각 구조와 처분 방식을 열어두고 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물밑 협상에 나섰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SK스페셜티의 몸값은 4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견상 SK그룹은 SK스페셜티 매각을 고심하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SK는 “SK스페셜티에 대한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다만 투자업계는 올 초 이후 중단됐던 매각 작업이 다시금 재개된 것으로 풀이한다.
시장에서는 매도자 눈높이가 4조원 상당에 형성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SK스페셜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 약 2400억원에 멀티플 17~20배를 적용한 수준이다. 에비타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데, 기업의 영업력과 현금창출능력을 가늠 짓는 지표로 여겨진다. 에비타 20배 밸류에이션을 적용한다면 인수대상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20년간 합하면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수가스 시장의 멀티플이 높게 형성된 배경으로는 각사가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황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설장비·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군은 대규모 증설 이슈가 존재하지 않는 한 기존 거래선의 사전계약 수행을 이어간다. 때문에 시장점유율에 큰 변동이 없이 영업활동을 지속해 현금창출력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SK스페셜티는 삼불화질소(NF3) 등을 생산한다. NF3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사용되는 고순도 세정 가스다. NF3 생산능력(CAPA) 기준 세계 1위는 SK스페셜티(1만3500t)이며, 그 뒤를 중국 페릭(9000t)과 효성화학(8000t) 등이 뒤따른다.
물론 전방산업의 시황에 따라 실적이 변동될 여지는 있다. 때문에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여부와 시장규모 유지·확대 가능성에 관련산업 종사자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4년 반도체 시장규모를 지난해보다 약 20.2% 증가한 6328억 달러(823억2095억원)로 추정했다. 아울러 주요 LCD 제조사가 모바일용 OLE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 또한 특수가스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 중 하나다.
특수가스는 인프라성 자산으로 여겨져 투자자들의 수요는 꾸준하다. 글로벌 시장의 인프라펀드 수는 사모펀드의 10분의 1수준이지만 관련 시장서 꾸준한 거래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체투자전문 리서치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시장서 활동한 사모자본펀드는 6311곳인 반면 인프라펀드는 619곳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와 인프라의 인덱스(지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 활동성을 보였다.
PEF 운용사는 SK스페셜티 인수를 독자적으로 검토하거나 혹은 타 펀드와 함께 공동 투자기회를 모색하려는 분위기다. PE업계 관계자는 “SK스페셜티는 SK의 재무구조 개선 카드로 오르내리던 회사라 새롭거나 유니크한 매물은 아니며 이에 따라 주목도가 낮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거래금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투자기회를 검토해볼만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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