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남녀 뛰어내린 에어매트는 최소 18년 전 것..."심의 거쳐 연장 사용"
뉴스종합| 2024-08-23 14:06
22일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 설치돼 있는 에어매트.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남녀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진 가운데 해당 에어매트는 18년 전에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에어매트의 내용연수(耐用年數·사용 가능 기간)는 7년이지만 이후라도 심의를 거쳐 연장 사용할 수 있다.

23일 경기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 규모 호텔에서 불이 나 외국인 등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의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불로 7명이 숨졌고 다른 투숙객 등 12명이 다쳤다. [연합]

특히 발화가 시작된 '810호'와 같은 층에서 남녀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논란이 됐다.

남성이 밀어서 떨어진 여성은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졌고 그 반동으로 에머매트는 '딱지'처럼 뒤집혔다. 몇 초 지나 몸을 던진 남성은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과정에서 세로로 세워진 사이 맨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에어매트는 4.5mx7.5mx3.0m 규격의 'IC100' 제품이다. 10층 이하용으로 무게는 126㎏까지 버틸 수 있다.

22일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 에어매트가 뒤집혀 있다. [연합]

그러나 이 매트는 18년 전인 2006년 지급받은 것으로 노후화로 인해 기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방 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에어매트의 경우 내용연수는 7년이다.

내용연수가 지난 제품은 소방서 산하 1~2차 심의회와 3차 불용심의회를 거쳐, 재사용할 수 있어서 심의를 거쳐 연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심의를 거쳐 연장해 사용해 왔던 상황이다"며 "에어매트가 뒤집힌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의 모습. [연합]

경기도소방본부 측은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게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일각에서 '에어매트를 고정했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소방 관계자는 "만일 매트 주변을 사람이 잡고 있으면 (구조자 낙하 시)공기가 빠지는 충격이 주변 사람에게 전달돼 위험할 수 있다. 시설물에 고정하면 충격 완화 기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원 부족으로 에어매트를 잡지 못했다는 취지로 한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의 발언과 배치된다.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 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답변에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 매체에 "제대로 설치된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소방관들이 모서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지상 9층짜리 모텔 7층의 한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이 모텔 '810호'엔 당시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20대 남성 1명·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js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