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용량·기능성 높인 스틱 파우치형 화장품↑
업체는 유료샘플 효과, 소비자는 필요 충족
“포장 차별화 때 소비자는 신제품으로 인식”
라씨엘르의 엔자임 곡물 클렌징 파우더 워시. [올리브영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얼핏 보면 비타민 가루나 짜서 먹는 홍삼 스틱을 닮았다. 그런데 먹는 게 아니라 바르는 용도다. 뷰티업계에서는 최근 가루나 1~5g 내외의 소량 스틱 파우치 등 이전과 달라진 패키지와 제형이 인기다. 화장품 성능에 집중하던 과거에서 한 발짝 나아가 간편함으로도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7월 파우더워시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0% 넘게 증가했다. 가루 제형 클렌징 상품인 파우더워시는 미세한 입자로 자극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이 파우더워시는 캡슐이나 포장재 스틱 파우치 형태로 진화 중이다. 한 팩에 1g도 되지 않은 소량의 클렌징용 분말 가루가 들어 있는 형식이다. 포장만 보면 동서식품 카누 커피 스틱과 유사하다.
특히 1회분의 파우더로 소량 포장된 상품은 휴대가 편하다. 개별 용기당 100㎖ 이하만 반입할 수 있는 기내 수화물 물품 규정에도 부담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세정 외에도 클렌저 상품의 제형, 활용성을 중시하고 있어 관련 카테고리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르드망 이지 스틱 제품 라인. 젤, 클렌징 파우더, 바디워시, 샴푸 등이 있다. [다이소몰 캡처] |
더말로지카 데일리 마이크로폴리언트 13g (파우더 워시). [올리브영 홈페이지 캡처] |
소용량 제품은 2개 이상의 상품을 유료 묶음으로 판다. 소비자가 돈을 내고 체험하는 ‘유료 샘플’ 역할까지 한다. 다이소도 이런 유행에 기여하고 있다. 다이소는 뷰티 부문을 강화하면서 ‘물광 리프팅 립핑 마스크(4㎖, 4개입)’, ‘플로르드망 이지 스틱 클렌징 젤 폼(3㎖, 5개입)’, VT 리들샷 페이셜 리프팅 펩타이드 에센스(2㎖, 6개입 등)’ 등 젤·파우더·크림·에센스 등 다양한 제품을 소용량으로 판매 중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용량을 줄이고 패키징을 최소화하면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서 “외부에서 간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제품을 써보고 싶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한다”고 말했다.
유통 채널의 특성에 맞춘 소용량 제품도 있다. 달바는 지난 6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자사 비건 선크림을 1㎖씩 체험해 볼 수 있는 뷰티 키트 ‘트래블 에디션’을 내놨다. 달바 관계자는 “비건 선크림 라인의 2분기 매출이 1분기 대비 414% 웃돈 것을 고려해 새로운 키트를 개발했다”며 “피부 타입별 5종 기획으로 휴대가 간편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달바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단독 상품인 트래블 에디션 '비건 선크림 5종 믹스 15개입+키링 파우치 선물 세트' [카카오톡 캡처] |
신개념 뷰티 제품의 출시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개별 포장을 위생적이라고 느끼는 소비자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친환경을 중시하는 흐름에 따라 파우치 스틱의 포장재는 종이로 바뀌는 모습도 발견된다. 브랜드 라씨엘르의 엔자임 곡물 클렌징 파우더워시가 재활용이 가능한 프로테고지 종이 포장재로 바꾼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뷰티 업체의 패키지 변화가 신제품 같은 인식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용물이 같더라도 포장이 눈에 띄게 바뀌면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발 비용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라면 소포장과 제형 변화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새로운 전략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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