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6곳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거나 신입 사원을 아예 뽑지 않겠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 예산안에서 기업 실적 호조와 대내외 여건 개선 흐름을 근거로 국세수입을 늘려 잡았는데, 정작 법인세 원천인 기업들은 정부의 예상만큼 향후 경기에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경영불확실성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고용 뿐 아니라 내수와 재정 등 우리 경제에 전방위적인 타격을 준다. 정부는 막연한 기대 보다는 확실한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 5~19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7.5%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17.5%) 미정(40.0%)이라고 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선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23.8%)이라는 답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20.6%)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향후 경기 전망의 불투명성에 보수적인 채용 계획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올해는 지난해의 경기 둔화 여파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국세수입이 예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이후에는 기업실적 호조 등 경기 회복에 따라 국세수입 흐름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를 기초로 내년 법인세수를 올해(77조7000억원)보다 10조8000억원 늘어난 88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세수입 증가분(15조1000억원)의 3분의2 이상을 늘어난 법인세 몫으로 본 것이다. 전년도 실적을 기초로 당해년도에 납부하는 법인세 특성상 올 하반기 기업 실적이 내년 재정 운용도 좌우한다는 것인데, 채용 계획상으로는 기업들이 정부 예측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도 내년 나라살림도 앞으로 기업이 얼마나 힘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한경협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37.5%는 대졸 신규 채용 증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개선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를 꼽았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제도적 장벽과 걸림돌을 없애야 기업들이 확신을 갖고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고 적극적으로 신산업을 발굴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 경기가 예측불가한 가운데에도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규제완화 및 기업 지원 정책과 입법으로 답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