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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
뉴스종합| 2024-08-29 16:38
헌법재판소가 29일 탄소중립법 제8조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청구인과 대리인단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2030년까지만 설정한 것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정부와 의회의 기후 정책의 위헌성을 지적한 아시아 최초의 사례다.

헌법재판소는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목표에 대해 정량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고 했다.

탄소중립법 제8조 제1항은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NDC)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1차적인 시한을 2030년까지 정한 내용이다.

헌재는 제8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국회가 2026년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곧바로 위헌을 선고할 경우 국가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기준이 없어져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다.

헌재는 ‘중장기’ 시점을 2030년까지로 정하고 이후에 대해서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지속적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규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 단기적일 수도 있는 정부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2030년까지 NDC를 2018년 대비 40%로 규정한 목표(시행령 제3조 제1항), 2023~20230년 부문별·연도별 목표치(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이 위헌이라는 청구인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40% 감축비율 수치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를 때까지의 중간 목표에 해당한다. 구체적 수치 설정에는 감축수단의 특성, 조합 등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이상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헌법재판관은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덧붙였다. 소수의견은 “이 사건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는 과학적 사실, 국제적 행동 기준, 행정계획으로서 제도적 실효성 측면 등에서 기후위기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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