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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발 물러선 두산, 에너빌·로보 분할합병만 추진…“원전 집중”
뉴스종합| 2024-08-29 17:56
분당 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전격 철회하면서 향후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은 밥캣·로보틱스 합병을 제외하고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시장의 불만을 달래면서 주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밥캣·로보틱스 간 합병을 철회하면서도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은 그대로 추진키로 하면서 큰 틀의 사업재편 방향성은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이 보다 장기적인 시간표를 가지고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이 지난달 11일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 지 49일 만이다.

양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며 “앞으로 시장과의 소통, 제도 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합병 철회에는 사업재편 발표 직후부터 불거진 소액주주의 반발 등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 역시 증권신고서 정정을 두 차례 요청하며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이유에서다.

앞서 두산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고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를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보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왔던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이 낮게 책정되면서 일부 주주는 거세게 반발했다. 두산이 제시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0.63이다.

비판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날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이 끝내 철회되면서 두산그룹이 그리던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은 일단 미완으로 남게 됐다.

다만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한다. 이 경우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합병을 통해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원자력발전(원전)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으로 약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세계적인 원자력 발전 호황을 맞아 전례 없는 사업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최근 인공지능(AI)을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당사가 수립한 향후 5년간 62기 수주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신기술 확보와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사업구조 재편은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에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밥캣을 분할할 경우 약 7000억원의 차입금이 줄어 각종 재무제표를 개선하고 비영업용자산 처분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현금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 사항을 반영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 등의 일정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재편과 관련해) 워낙 두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그룹에서도 원안대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면서도 “미래 전략의 큰 방향성은 정해진 만큼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업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yuni@heraldcorp.com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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