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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 밥캣 분할로 원전 수요 감당할 ‘자금 확보’ 총력 [이슈&뷰]
뉴스종합| 2024-08-30 11:23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결국 철회하면서도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옮기는 방안은 지속 추진키로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에 설정했던 분할합병 비율의 재검토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막대한 차입금을 안고 있는 두산밥캣을 분할할 경우 약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밥캣을 분할하면 약 7000억원의 차입금이 감소하는데다, 비영업용자산을 처분하게 돼 5000억 규모의 현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확보한 자금은 원전 설비 투자에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력 수요가 치솟으며 원전 수요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역시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세계적인 원전 호황을 맞아 전례 없는 사업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초 5년 내 3기로 예상하던 원전 수주 규모가 5년간 10기 내외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체코 원전 2기 외에도 추가 2기 수주 가능성이 있으며 폴란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태다. 여기에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신규 원전 건설도 기대된다.

소형모듈원자로(SMR)도 당초 5년 간 약 62기의 원자로 모듈을 수주할 계획이었으나 AI,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용 SMR 물량이 증가하면서 ‘적기’의 제작 기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총 20기 이상)의 대형 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SMR은 5년간 연 20기(100기 이상) 규모의 제작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원전 설비 투자가 시급하다보니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분할합병도 절실할 수밖에 없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위해 분할합병 비율까지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철회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합병비율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원전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전날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철회를 발표하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을 지속 추진한다고 천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1%)을 보유한 신설회사를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당초 분할합병 비율은 두산에너빌리티를 1 대 0.25 비율로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회사를 1 대 0.13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것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이라며 “금감원의 정정요구 내용을 놓고 충실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밥캣·로보틱스 합병은 무산됐지만, 원전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만큼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밥캣이 ‘돈 버는’ 기업이긴 하지만 밥캣을 떼어내 부채 부담을 줄이고 투자 여력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큰 틀의 사업재편 방향성은 유지하는 동시에 보다 장기적인 시간표를 가지고 사업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미래 사업 방향성을 정한 만큼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점진적인 개편을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밥캣·로보틱스 합병 무산 등으로 불거진 시장 불만을 달래고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숙제로 꼽힌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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