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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계 “잘못된 정보로 ‘전기차 포비아’ 확산, 이제는 안전 대책·활성화에 힘 모아야” [비즈360]
뉴스종합| 2024-09-02 11:25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성동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해 열린 대응 훈련에서 포켓식 수조 설치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인천 한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혐오 주장들이 활개를 치며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를 표방하는 일부 인사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주장하면서 되레 포비아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은 “근거 없이 조장된 막연한 혐오로 인해 국내 전기차·배터리 시장 및 기술 생태계가 악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전기차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최근 시장에서는 전기차 관련 잘못된 정보들이 빠른 속도로 퍼지는 모습이다. ‘자동차 화재 사건 대부분은 전기차에서 발생한다’, ‘전기차 화재 속도는 유독 빠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을 제한해야 화재를 막을 수 있다’ 등 대부분이 잘못된 정보다.

일부 지자체는 구체적·과학적 근거 없이 전기차 충전량을 90% 이하로 제한한다는 정책을 발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곧바로 “배터리 충전량은 총열량과 비례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충전량 자체와는 관계없는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라는 반박을 내놓았다.

정부가 지난달 개최한 전기차·배터리 전문가 회의에서는 한 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주차 중 불이 난 차량은 전기차가 대부분”이라는 주장을 펼쳐 업계의 반발을 샀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자동차 화재는 비(非)전기차와 전기차를 합해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하루 13건꼴인 480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이다. 오히려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인천 화재의 경우 전기차 여부보다 오히려 스프링클러가 인위적으로 잠겨 있어 화재를 더 키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연료의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셈이다.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되며 화재 피해를 최소화한 대표 사례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역시 화재 피해 규모가 컸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7월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이 같은 소방당국의 분석이 세간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전기차 보유 소비자들을 ‘잠재적 화재 유발자’로 낙인찍는 등 사회적 혐오와 편 가르기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민원이 아파트마다 빗발치고, 급속충전을 자제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로 전기차 소유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전기차 전환은 탄소 감축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막연한 혐오보다는 전기차 초기 화재 진압을 위한 스프링클러를 확대하고, 소화수조나 질식포 활용 등 보다 촘촘한 전기차 화재 진압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과도한 전기차 포비아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스스로 차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 역시 전기차 안전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면서도, 성장 동력이 멈추지 않도록 활성화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할 때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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