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변호사회
여성혐오범죄 토론회 개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기반으로 한 여성혐오범죄를 법적으로 개념화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3일 변호사회관에서 ‘여성혐오범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유형화 가능성과 양형기준’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참여한 이정하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여성혐오범죄 판례 동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사법 절차에 ‘여성혐오’ 현상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으며 입법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2020년 캐나다에서 한 남성이 여성직원들을 살해하면서 여성혐오적 발언을 하고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 혁명 만세’라는 메모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1급 살인죄 및 여성혐오라는 극단주의적 사상에 따른 테러범죄로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말 영국에서도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연이어 범죄가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8월 극단적 여성혐오범죄를 테런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다른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독일은 성별, 인종,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 등을 이유로 발생한 범죄를 혐오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관점에서 혐오범죄를 규정하고 혐오범죄의 종류 중 하나로 여성혐오 범죄를 처벌하고 있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은 여성살해(페미니시디오·Feminicidio) 관련 법을 마련하고 유형 중 하나로 ‘여성혐오 살해’를 규정했다.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한 경우가 포함된다.
이 변호사는 한국은 수사, 재판 등 사법 절차에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2018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확정돼 온라인에 공개되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판결문을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혐오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반영한 판결문은 약 7건”이라며 “오히려 피고인의 여성 혐오 발언 등을 심신장애의 근거로 주장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혐오범죄 가중처벌의 형법이론적 검토와 양형기준에서의 가중요소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혐오범죄 형사 처벌을 ‘가중처벌 모델’과 ‘양형 가중 모델’ 등 2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법정형을 상향해 처벌을 강화하고, 후자는 양형 기준을 정비해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여성혐오 동기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특히 양형 가중 모델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범죄의 양형기준에 ‘혐오’가 불리한 요소로 참작되고 있지만 혐오 개념이 한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디지털성범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양형기준에서 혐오는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에 상응하는 피해자의 감정이다.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에서 혐오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사적인 감정에 기반해 쓰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부정적인 인식을 의미하는 혐오 의미는 아니다.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양형기준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혐오 또는 증오감’이라는 문구를 보완해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행위자의 가중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과 범죄예방에도 많은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