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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온유 “이제 행복해지고 싶다” [인터뷰]
라이프| 2024-09-04 11:03
샤이니 온유 [그리핀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온유가 다시 웃었다. 그의 이름 ‘온유(溫柔)’처럼 온화한 부드러움이 내내 묻어난다. ‘무조건 웃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며 내려놓는 법도 익혔다.

“쉬는 동안 여행을 다녔어요.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태풍이 와서 플랫폼에 앉아 여섯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어요.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실패한다고 나빠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시 방법을 찾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니까요.”

지난 1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8년 샤이니로 데뷔 이후 늘 함께 했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솔로 활동을 위한 새 둥지를 찾았다. 지난해 6월엔 샤이니 컴백을 앞두고 건강 문제로 활동을 멈췄다.

10개월 만인 지난 4월 샤이니 완전체 콘서트로 활동에 복귀한 그는 부쩍 더 환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솔로 가수 온유로다. 세 번째 솔로 미니음반 ‘플로’(FLOW)를 낸 온유를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 나의 흐름에 맞고, 지금의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음악을 최대치로 뽑아낸 결과물”이라고 했다.

샤이니 온유 [그리핀 엔터테인먼트 제공]

음반 작업 전, 1년의 시간은 온전히 온유 자신을 되찾는 날들이었다. 그는 “건강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기다리는데’ 싶어 활동 중단을 망설였다”며 “그 때 멤버들이 먼저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노래하지 않는 시간 동안 무작정 유럽, 일본, 미국으로 떠나 각각 한달살이를 했다”고 돌아봤다.

샤이니는 K-팝 신(scene)에서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등 서구 팬덤을 사로잡은 첫 세대로 꼽힌다.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세계를 호령한 인기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샤이니 때문에 미국의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배운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 시절을 보내온 온유가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났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평범한 또래와는 다른 생활을 했던 터라 사소하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온유는 “항공권을 직접 끊는 것, 숙소 예약 앱을 사용하는 것 등 혼자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여행 동안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미국 여행 중에 특별한 경험도 했다.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찾은 것이다.

“미국에서 쉴 때 콩나물시루처럼 껴서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봤어요. (공연에) 가면서도 입장하면서도 마실 것을 사러 가면서도 순간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우리 팬과 대중에게도 그런 기분을 알려드리고 싶더라고요.”

샤이니 온유 [그리핀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시간을 통해 온유는 부쩍 성장했다. 온유는 “이전엔 그저 습관처럼 ‘여러분, 행복하세요’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런데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행복을 나누기 위해선 내가 행복해야 하는데, 그동안엔 너무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의 흐름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인생이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나를 찾은 뒤 선보인 앨범엔 온유의 변화와 도전을 그대로 담아냈다. 앨범에선 온유가 전곡 작사에 참여했고, 프로듀서로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틀곡 ‘매력’을 비롯해 베이스와 펑키한 리듬이 더해진 팝곡 ‘마에스트로’, 차분하고 몽환적인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 재즈 알앤비(R&B) 팝 ‘월화수목금토일’,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인상적인 ‘포커스’(Focus) 등 여섯 곡이 담겼다.

그는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처음 하는 경험이 많았다”며 “전에는 워낙 큰 회사에 있다 보니 (회사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줬는데 이번엔 A&R(Artists and Repertoire, 음반 제작) 업무부터 직접 했다. 작가들과 연락하고 조율한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앨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온유의 강점’을 ‘온유가 지금 할 수 있는 음악’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쉬다 보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정말 딱 하나 남는 게 노래였다“고 말했다.

”전 노래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더라고요. 이 일이라면 (끝까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래가) 잘 들리는 가수 온유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샤이니 온유 [그리핀 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때엔 자신의 목소리가 컴플렉스였던 시절도 있었다. 남들은 잘하는 모창이나 성대모사를 못한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던 것. 그는 “‘넌 뭘 해도 온유’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온유의 모습을 봐주고 계신 것 같아 오히려 칭찬같다”고 말한다. 차분하고 명료하게 내리꽂는 음색과 노랫말의 리듬을 살린 보컬, 순수함과 성숙함을 오가는 꾸밈없는 목소리는 단연 보컬리스트 온유의 장점이다.

지금의 온유는 자신의 목소리와 음악으로 행복을 주는 사람을 꿈꾼다. 홀로서기를 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도 “음악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솔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 ‘최우선’은 언제나 샤이니다.

“제게 샤이니 멤버들은 늘 좋은 자극제라 시너지가 나요. 솔로 가수로의 목표 역시 샤이니 활동에 피해가 되지 않는 거예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샤이니 멤버들과 그룹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거든요. 음악으로 긍정적인 영향, 밝은 기운을 주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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