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승무원 등 각양각색 지원자들 넘쳐
모바일 숏폼 전형~인턴까지 6단계 진행
N잡 시대, MZ세대 인기 직업된 쇼호스트
올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선발 과정 중 하나인 라이브커머스 방송 전형 모습. [롯데홈쇼핑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억대 연봉, 수입차 한 대 값…. 이 직업을 소개하는 여러 수식어 중 하나다. 한예슬, 브라이언 등 유명 연예인들이 MC를 자처하며 ‘부캐(본업 이외의 직업이나 정체성)’로 등장하지만, 이 업계의 터줏대감은 따로 있다. 지갑을 여는 자, 그리고 ‘N잡 시대’ 인기 직업으로 떠오른 쇼호스트다.
올해 롯데홈쇼핑이 진행한 ‘17기 쇼호스트 공채’는 약 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이돌 출신이자 보컬 트레이너, 뮤지컬 배우로 활약한 황은유, 슈퍼스타K 출신 김우영 등을 포함해 예능감과 끼를 갖춘 8명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도 20년 넘게 홈쇼핑 쇼호스트가 여전히 인기인 이유는 나이와 학력 제한이 없고, 홈쇼핑 방송 외 다른 활동이 가능한 프리랜서라는 특성 때문이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며 기간과 출연료 등 계약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주부, 연예인, 전직 걸그룹 멤버, 기상 캐스터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지원한다.
이번 공채 합격자인 아이돌 그룹 업텐션의 쿤(노수일)도 가수 경력을 살려 쇼호스트로 변신한 사례다. 쇼호스트 데뷔는 유통업계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일종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 업계도 개인기와 쇼호스트의 장점을 살린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1월 아쿠아리스트 경력을 가진 오찬헌 쇼호스트가 수족관에 직접 들어가 아쿠아리움 티켓 판매 방송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 업텐션의 쿤이 올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공채에 합격했다. [노수일 인스타그램 캡처] |
달라진 방송 환경에 맞춰 선발 과정도 눈길을 끈다. 롯데홈쇼핑은 4개월 동안 6단계에 걸친 전형을 진행했다. 첫 관문은 2022년부터 진행한 ‘1분 유튜브 자기소개’ 평가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영상 심사, 카메라 및 오디오 테스트 등 기본 역량 평가가 이어진다. 올해는 처음으로 지원자를 실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투입하는 ‘라방 면접’을 추가했다. 이후 목소리 훈련, 일대일 멘토링으로 이뤄진 약 7주간의 인턴 과정을 끝으로 지난달 23일, 최종 합격자가 선정됐다.
홈쇼핑 업계는 TV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를 넘어 각자의 매력으로 팬덤을 형성하는 인플루언서의 역량을 중시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구매율을 높이고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진행하는 ‘수중 생방송’, 팝업스토어 생중계 등 이목을 집중시키는 MZ 겨냥 콘텐츠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롯데홈쇼핑 MZ세대 쇼호스트가 진행한 이색 모바일 생방송은 MZ세대 구매 비중이 60% 이상을 기록했다. 주문 금액은 일반방송보다 5배 이상 높았다.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공채 지원 관련 현직자들이 제작한 영상. [롯데홈쇼핑 제공] |
이 때문에 방송 경험이 있는 연예계 경험자가 유리한 부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예계 경험자는 스튜디오, 카메라, 조명 등 방송에 익숙해 생방송 중 실수가 적고 애드리브에 강하다”며 “다만 입사 후에는 방송 준비, 트렌드 공부, 브랜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춰야 롱런할 수 있어 성장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전했다.
홈쇼핑 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20조원이다.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서도 유통 업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 매출액 기준 송출 수수료 비중이 70%에 달해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해야 본전을 뽑는다는 말 못 할 고민도 있다. 홈쇼핑 업계가 ‘전문 콘텐츠커머스 생산소’라는 본질을 강화하며 이에 맞는 신규 인력에 투자를 지속하는 배경이다.
소옥순 롯데홈쇼핑 쇼호스트팀장은 “신입 쇼호스트를 TV, 라이브커머스, SNS 등 롯데홈쇼핑이 보유한 멀티채널에서 활약하는 쇼핑 인플루언서로 육성할 것”이라며 “본인의 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채널별 맞춤 육성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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