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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지 몰랐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맡은 20대…무죄 확정
뉴스종합| 2024-09-05 12:00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은 20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범죄인 줄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 1심은 유죄를 택했으나 2심에 이어 대법원도 무죄로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주(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사기 혐의를 받은 A(21)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을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만 18세였던 A씨는 2022년 6월, 캔들포장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하지만 사장이라고 자처한 사람이 “코로나19로 채용을 못 하게 됐다”며 “지인이 대표인 회사의 사무보조 업무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A씨는 수락했다. 담당 업무는 재무설계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전달받는 것이라고 전달받았다.

이후 A씨는 총 7회의 현금수거 업무를 담당하며 일당으로 13만원을 받았다. 윗선이 알려준 장소·시간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 수백만원을 받고, 무통장입금하는 식이었다. 윗선은 A씨에게 “재무설계 관련 자격증이 없으니 고객(피해자)에게 가상의 이름·직책을 사용하라”고 했고, A씨는 지시에 따랐다.

1심은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논산지원 형사1단독(부장 강수민)는 지난해 2월, 이같이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면서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해 재물을 뜯어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대전지법 4형사부(부장 구창모)는 지난 5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들뿐 아니라 범행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람들도 범죄자들의 말에 속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지시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며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사람들에 대해 그 결과가 중대하고 경위에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주관적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업무 시작 경위에 비췄을 때 A씨가 채용 이후 하게 될 업무가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만 18세의 미성년자라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회사 측 설명을 그대로 신뢰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이 하는 일이 재무설계 회사의 단순한 사무보조 업무라고 믿었을 여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지급받은 대가도 지나치게 높지 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택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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