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선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
필자의 선친께서는 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만큼 골프 실력이 뛰어났지만, 정작 필자는 골프를 시작한지 이제 막 1년 반 정도 된 일명 ‘골린이(골프+어린이)’다.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 시야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골프 산업 밸류체인에 여러 투자를 진행한 사모펀드(PEF) 투자자를 만나게 됐다. 그 자리에서 흥미로운 투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스코어 기록 및 공유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의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 투자했을 때는 일부 골프장에서만 사용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루어진 놀라운 성장이다. 골프 라운드 중 8홀쯤 도달하면 애플리케이션으로 그늘집 메뉴를 주문할 수 있고, 대기 카트 수를 통해 예상 대기 시간을 알려준다. 또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스코어가 자동으로 기록되는데 이를 보면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시니어 클럽으로 유명한 골프 클럽 브랜드와 골프장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투자 사례는 한국 최고의 여자 프로 골프 선수 중 한명인 김효주 선수가 광고하는 골프 샷 분석기와 이를 활용한 연습장 프랜차이즈다. 필자는 해당 분석기를 사용하는 연습장에서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분석기가 제공하는 다양한 샷 정보 덕분에 곧 프로골퍼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갖게 될 정도였다.
PEF의 골프 산업 투자를 이 두 가지 사례로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골프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예를 들어 세계 3대 골프 클럽 브랜드 중 두 개의 주주는 한국 기업 또는 한국계 PEF다. 타이거 우즈와 넬리 코다 같은 세계 최고의 프로 골퍼들이 광고하는 드라이버의 강자 ‘테일러메이드’는 2021년 한국계 PEF에 인수됐다. 인수 후 테일러메이드는 공격적인 선수 마케팅, 신제품 출시, 가격 전략을 통해 영업이익을 100% 이상 증가시켰다. 이러한 성공은 향후 매각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스크린골프 투어인 지투어(G-Tour) 개최로 아마추어 골프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골프존’이 있다. 골프존은 한국 최대의 PEF와 협력, 여러 골프장을 인수했다. 이는 일본에서 여러 PEF가 재무위기에 빠진 회원제 골프장을 인수해 통폐합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성공적으로 매각한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국내에서 여러 골프장을 인수, 몸집을 불린 골프존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골프에는 많은 잠언이 있다. 그중 하나는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승패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시기에 국내 골프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앞서 언급한 투자들은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 산업이 침체기를 겪으며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에 장갑을 벗고 웃을 수 있는 투자자는 누가 될까? 분명한 것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대변되는 사업의 본질적 ‘실력’이 강화됐다면 이는 언젠가 성공적인 매각 실적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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