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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게 합성고무 한 우물 팠더니…이 어려운 시기 유일하게 수익 내는 금호석화 [그 회사 어때?]
뉴스종합| 2024-09-07 10:33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진들이 연구하고 있는 모습 [금호석화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어닝 서프라이즈, 시가총액 증가”

최근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모처럼 반전 결과가 나왔다. 금호석유화학이 합성고무 시장 회복에 힘입어 ‘나홀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에도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만 영업이익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3% 늘어난 1126억원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10.8% 증가한 1192억원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데 이은 것이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14.01% 늘어난 40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주요 석유화학 기업 중 금호석유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의 경우 3분기 64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보다 25.14% 감소한 성적표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5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전환이 전망된다. 한화솔루션 역시 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선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웃도는(55.7%) 합성고무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합성고무 부문에서 매출 1조3033억원, 판매량 64만2403톤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 글러브 등 전방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며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부타디엔 고무(BR) 등 합성고무 시황이 강세를 보이고 NB 라텍스 판매량이 증대된 데 따른 것이다. 대체품인 천연고무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분기 기준 합성고무 부문 영업이익률은 6.6%다.

특히, 합성고무 부문의 대부분(80%)이 해외수출 물량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지역별 수출 비중은 동남아시아 46%, 중국 18%, 서남아시아 13%, 미주 13%, 유럽 8% 등이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2공장. [금호석유화학 제공]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8월 SBR 수출가격은 원재료(부타디엔) 하락 전환에도 상승 추세를 지속하며 하반기에도 업황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8월 NB 라텍스 수출가격은 연초 대비 24% 상승, 수출량은 2021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금호석유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견조한 합성고무 업황 영향으로 컨센서스에 부합할 전망”이라며 “합성고무 강세와 더불어 NB 라텍스 판매량·판가 상승 역시 합성고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선전에 힘입어 5일 종가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14만3600원, 시총은 3조9738억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합성고무에 집중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973년 국내서 최초로 합성고무를 생산한 회사다. 50년 넘게 합성고무 ‘한 우물’을 판 셈이다.

실제 지난 2020년에는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리 부문을 SK머트리얼즈에 매각하는 등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는▷합성고무 ▷합성수지 ▷나노탄소(CNT) 분야 ▷에너지 분야 ▷정밀화학 분야 ▷건자재 분야 등을 주요 사업 분야로 삼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제공]

단순히 범용 합성고무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스페셜티 제품 연구개발(R&D)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속적인 R&D를 통해 2019년 그룹 기준으로 ‘세계일류상품(세계시장 점유율 5% 이상·5위 이내·연간 500만 달러 이상 수출 등)’ 20개를 달성키도 했다. 이는 당초 목표 2020년을 1년 앞당긴 것이다.

특히,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발(發)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을 동안 일찌감치 합성고무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에 주력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범용 합성고무 생산라인을 친환경·고부가 가치 설비로 교체하며 스페셜티 매출 비중을 60%로 늘렸다. 이 같은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집중 전략은 지난 코로나19 당시 라텍스 장갑 수요가 폭발했을 당시 빛을 발하기도 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외부의 환경이 어려워 질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가 절감, 수익성 중심의 생산 판매 전략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의 핵심 역량과 경쟁력의 근간을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위기 극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바이오 ▷스페셜티를 3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향후에도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현재 중국발 공급 과잉, 중동 지역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물류 부담 증가 등 요인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석유화학 업계가 시계 제로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탄력적인 전략 변화로 수익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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