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헤란로·양재천·구룡산 기준 두고 은근한 차별
“아파트별·사는 동네 두고 은근한 차별 있다”
아파트별 친목 도모·소개팅 주선·중고 거래 존재
서울대 재학생 사이서도 강남 3구끼리 뭉치기도
강남구 안은 크게 테헤란로·양재천·구룡산과 대모산을 기준으로 테남과 테북, 양북과 양남, 산북과 산남으로 구분지은 강남구 지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용재·이용경 기자] 1970년대 강남 개발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50여년, 강남은 교육의 대명사·부동산 불패 신화 등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축 중 하나가 됐다. ‘강남’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강남 내부에서의 계층 분화도 다양해진다. 강남이라고 다 같은 강남이 아니란 얘기다. 강남구 어느 동에 사느냐에 따라 계층이 나뉘고,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그곳 주민의 ‘계급’이 된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구는 크게 테헤란로·양재천·구룡산과 대모산을 기준으로 테남과 테북, 양북과 양남, 산북과 산남으로 구분 지어진다.
반포에서 20년 이상 공인중개사를 운영한 A씨는 “강남구는 동네마다 분위기 차이가 확연하게 다른 곳”이라며 “가장 대표적으로는 테헤란로를 기준으로 테북과 테남이 나뉜다”라고 말했다.
이어 “테헤란로 북쪽 반포·압구정·청담 등은 대표적인 부촌인데 이곳 사람들은 과거부터 서울 안에서도 ‘가용 자금’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라며 “반대로 테헤란로 남쪽은 교육열이 높은 이들이 ‘영끌’해서 온다는 선입견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치에서 공인중개사를 12년 운영한 B씨는 “양재천 북쪽은 교육열이 상당히 뛰어난 지역”이라며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을 보내고 싶어하는 전국의 학부모들이 모이는 곳이다. 반대로 양재천 남쪽은 ‘강남 안의 강북’이라 불린다”라고 했다.
강남구에 오래 살았던 ‘토박이’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30년을 넘게 산 김모(34) 씨는 “대놓고 차별하는 일은 없어도, 은근하게 아파트 별·사는 동네로 차별하는 일이 존재한다”라며 “부모님이 항상 ‘같은 아파트 사람끼리만 놀아라’라고 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그게 더 심하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실제로 압구정동, 반포동, 청담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은 내부 결속력이 아주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동아리, 친목 도모회, 소개팅 주선 등을 하는 일도 많았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반포 원베일리 결혼정보회’(원결회)가 대표적이다.
‘원결회’는 결혼적령기인 미혼 자녀를 같은 아파트 입주민과 맺어주고 싶은 부모들이 만든 소모임이다. 가입비 10만원을 내면 준회원, 30만원을 내면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이들은 단지 근처 세빛섬 플로팅 아일랜드에서 코스 요리 만찬과 와인 파티를 하며 짝을 찾는 행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고 거래도 ‘같은 아파트’끼리만 하기도 한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박모(32) 씨는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이 잘 살다보니 좋은 물건이 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라며 “유명한 중고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기보다는 아파트 내부 커뮤니티에서 중고 거래하는 일도 많다”라고 했다. 이들의 수요에 맞춰서 ‘당근마켓’에서는 160여개 아파트 단지끼리 중고 거래하는 서비스도 생기기도 했다.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8회 후기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특정 주제와 무관함)[연합] |
이처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계급화·계층화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 면에서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도 강남불패 현상 등이 지적됐다.
특히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에선 4%에 불과했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는 약 12%에 달해 ‘지역별 진학률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헤럴드경제가 만난 일부 강남 3구 출신 서울대 재학생들은 이 같은 한은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기도 했다. 강남이라는 지역적·경제적 이점이 분명 서울대 진학에 도움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강남 3구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와 오는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서울대 재학생 김모 씨는 “보통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 강남 3구가 많은 것 같기는 하다”라며 “강남 3구 학생들은 서로 접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대치동에 있는 학원을 주로 다니며 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강남 3구라는 교육 특성화 지역의 유리함과 집안의 경제력 혜택을 받았다”라며 “서울대에 와서도 같은 강남 3구에서 온 친구들도 많다 보니 서로 자극도 되고, 공부를 하면서도 도움을 받은 측면이 컸다”고 덧붙였다.
다른 서울대 재학생 박모 씨는 “강남 지역 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진학한다기보다는 아무래도 그 지역이 인프라도 잘 돼 있고 그만큼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강남 출신 학생들을 중심으로 파벌이 있다거나 그룹을 짓는 경우를 개인적으로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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