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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갈치·노르웨이 고등어…업계는 “대체 품종 확보 전쟁” [수산물 지도가 바뀐다]
뉴스종합| 2024-09-08 12:0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한 고객이 생선을 고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수온이 올라가면서 오징어가 서해로, 멍게가 동해로 이동했습니다. 각 어종을 모니터링하면서 수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수입처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따로 없어요.” (대형마트 수산물 MD 김모 씨)

“작년에는 원전 오염수가 변수였다면, 올해는 해외 수급이 이슈죠. 해외 대체 품종은 국내산과 비슷하면서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합니다. 원양뿐만 아니라 세네갈, 모로코, 노르웨이 등 세계 각지에서 들어옵니다.” (이커머스 수산물 MD 이모 씨)

수산물 수급 경쟁이 치열하다. 유통업계의 수산물 상품기획자(MD)들은 최근 수온 변화로 수산물 지도가 바뀌면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커머스 수산물 MD 이모 씨는 “국내 생산량은 일정하지 않은데 가정에서 소비하는 오징어, 갈치, 고등어 수요는 꾸준하다”며 “해외에서 대체 수산물을 도입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온의 영향을 받는 대표 어종은 우럭(조피볼락), 광어, 돔 등 생선회로 쓰이는 물고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6월 11일부터 8월 17일까지 양식장에서 폐사한 우럭, 광어, 돔은 총 140만 마리에 달했다.

대형마트 수산물 MD 김모 씨는 “우럭은 양식을 해도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육상에서 바닷물을 끌어 양식하는 광어도 수온이 높아지면서 집단폐사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한 양식장에서도 다량의 조피볼락(우럭)이 폐사해 바다에 둥둥 떠 있다. [연합]

업계는 수급 해결책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국내산과 같은 어종이면 다행이지만, 여의찮으면 맛이 비슷하며 가격이 저렴한 품종을 발굴한다. 갈치 하나라도 세네갈, 모로코 등 수입처가 다양하다.

김 씨는 “최근 제주에서 대형 갈치가 많이 어획되지 않아 수급에 차질을 겪었는데, 다행히 연말부터 세네갈산 대형 갈치를 수입하기로 해 한숨을 돌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온 변화가 단기간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보니 오랜 시간 모니터링을 해 변수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현지 생산자와 실시간으로 협상해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세네갈산 대신 모로코산 갈치를 택했다. 그는 “최대한 국내산 갈치와 비슷한 상품을 찾은 곳이 모로코였다”며 “수온 변화로 어획량이 줄어든 오징어는 원양산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온 변화는 물가와 직결된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국내 수산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기(굴비) 어획량이 3년 연속 감소하며 평균 가격이 3년 전보다 40% 올라간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전복은 올해 고수온에 대비해 조기 출하되면서 시세가 급락했지만, 장기적으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는 “광어 양식장에서 폐사가 일어난 지역과 계약을 맺은 유통채널들은 이미 물량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예전에는 무분별한 어획으로 공급이 줄었다면 최근에는 수온 변화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외국산 수산물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물가 방어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굴비. [연합]
mp125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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