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 합리적案 제시하면 제로베이스 논의”
野도 협의체 화답…당정균열 조짐 속 돌파구
의료계 참여 관건…“尹사과해야” 정쟁 우려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의료계와 함께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의료개혁 논의를 위한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의정갈등이 국민적인 ‘추석 의료대란’ 우려로 번지고, 국민의힘 내에서까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현안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은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 및 운영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고,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크다”며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현장의 진료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의료개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효율적으로 진행이 되도록 협의하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서도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 대표의 발언 직후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의료계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대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보다 앞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라도 2026학년 의대증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개혁을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제안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꺼내든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즉시 노종면 원내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늦었지만 다행이다.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고 화답했다.
정부와 여야는 의료계의 답변을 지켜본 뒤 협의체 가동을 위한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성명서를 내고 “여당 대표가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과 의료현장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며 환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월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 |
여권에서는 그동안 두드러진 내부 균열을 멈춘 것만으로도 협의체 구성 제안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에서는 앞서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정원 증원 유예’ 방안에 대한 대통령실과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놓고 갈등설이 다시 고개들었다. 최근에는 의료대란 우려와 관련해 악화된 여론으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2차관 등을 겨냥해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나경원 의원)”, “(특단의 대책)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김종혁 최고위원)” 등 공개 경질 요구가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그간 의정갈등 장기화로 동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의료개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통령실·정부와 물밑 조율이 이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료개혁 추진 현황을 보고했던 대통령실·정부 측으로부터 별도의 보고를 들었고, 5일 국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도 의료계 요구가 대거 반영됐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정부, 당 소통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료개혁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하고 분열하면 개혁도, 보수진영 전체도 다 내리막길 아니겠나”라며 “협의체는 여야가 민생 앞에 힘을 모은다는 의미와, 상황을 돌파할 결실을 나눌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의체가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선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우선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으로 나뉜 의료계가 단일한 안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2026년도 의대 정원 규모 변경이 입시에 미칠 여파도 민감한 주제다.
협의체 논의가 새로운 정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는 6일 오후 협의체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실패 인정 및 대국민 사과 ▷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과 경질 등을 요구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