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2020년 8월 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0회를 맞게 된 KBS 1TV〈이슈 픽 쌤과 함께〉가 시청자들을 초청해 ‘소멸과 생존’이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집 3부작을 준비했다.
방청객들과 함께하는 〈이슈 픽 쌤과 함께〉 첫 번째 주제는 인구소멸 문제로 8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된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역대 정부들은 나름대로 대책을 펴 왔지만, 인구 위기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었다. 인구 위기 문제를 ‘극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하는 ‘적응’의 관점도 필요한 상황. 과학자이자 미래학자, 교육자인 KAIST 이광형 총장과 함께 저출생을 극복할 반전 전략에 대해 들어본다.
-0점대 출산율 ‘이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방청객 윤기하 씨는 “타이완, 싱가포르, 태국 등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의 저출생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대책 마련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했다. 이 총장은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꼽았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로 내 집 마련이 힘들고 취업과 사교육 경쟁으로 인해 좋은 학벌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청년들에게 종족 보존이라는 본능보다 자신의 생존이 더 중요시되는 현 세태는 사람의 ‘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의 깊숙한 곳에 있는 변연계는 우리의 감정과 식욕, 수면욕 등 원초적 본능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기억·판단 등 이성적 활동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대뇌피질이 극심한 경쟁 때문에 종족 보존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담당하는 변연계를 억압하는 형국인 것. 이에 대한민국의 숙제는 청년들의 변연계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이 총장은 강조하며 본격적으로 강연을 이어 나갔다.
-추락하는 저출생 위기! 착륙으로 바꿀 혁신적 전략은?
이 총장은 먼저 “청년들의 결혼, 출산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거 형태부터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높은 서구권 나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임대 주택이 활성화되어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임대주택이 활성화되도록 법 제도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이스트에서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비정규 학위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공에 상관없이 4개월간 반도체 설계 교육과정을 마치고 관련 업계에 취업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카이스트는 지난 7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차상위 계층과 다문화가정, 3명 이상 다자녀 가정에게 ‘고른기회전형’ 입시를 시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초반엔 성적에 격차가 나지만 졸업 때는 일반 전형 학생들과 거의 차이가 없고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이 총장은 획일화된 경쟁 교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능 위주의 입시제도를 바꾸어야 하며, 공정성에 대한 우려 역시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객 최민재 씨가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내면 퇴직서를 냈다고 생각할 정도”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출생 문제가 계속되지 않을지” 질문하자 이 총장 역시 “‘출산은 가정이, 육아 돌봄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와 기업이 책임지는 ‘돌봄’
자녀 양육 관련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고 비용을 최소화, 더 나아가 무료화해야 한다며 언제든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24시간 국공립 어린이집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광형 총장은 “‘돌봄은 국가’가 책임지는 육아제도가 필요하다”며, “40년 전 유학 중 두 자녀를 출산했을 때, 당시에도 프랑스에서는 이미 임신한 순간부터 출산, 육아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국가가 책임졌다”고 전해 패널들과 방청객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기업 역시 일과 가정, 일과 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 같은 근무 형태가 적극적으로 보급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저출생·고령화 대한민국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 총장은 “또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가족제도 또한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프랑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합계출산율이 2명에 가까운 나라들은 혼외출산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때문에 ‘혼인’ 여부가 아닌 ‘아이’를 기준으로 가정을 정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 총장은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부모 가정과 미혼모 미혼부 가정에 대한 보육 및 육아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법적, 사회적 차별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유입을 통해 우리나라에 필요한 이공계 외국인 인재를 받아들여 한국인으로 대우하는 자세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정년연장을 통해 경제인구를 늘려 경제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 ‘200회 특집 ’소멸과 생존‘ 3부작 2편 ‘사악한 세계, 대한민국의 생존법은?’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9월 15일(일)에, 3편 ‘정치 양극화와 팬덤정치, 그 해법은?’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9월 22일(일)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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