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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뿌리 뽑겠다”더니…尹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예산 32% ‘삭감’
뉴스종합| 2024-09-09 17:53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임명장 수여 및 기념촬영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 등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를 비롯해 각종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은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관계 당국에서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달라”고 직접 강조했지만, 실제 정부의 행보는 이와 반대되는 셈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 삭제 내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1만건 이상 피해영상 삭제업무…내년도 인건비는 되려 줄여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9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디지털 성범죄센터의 2025년도 예산은 32억6900만원으로 지난해(34억7500만원) 대비 2억600만원 삭감됐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센터의 예산 삭감 이유로 “피해영상 삭제지원 시스템 서버의 이중화 사업이 종료돼 2억2700만원이 삭감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2025년도 디지털 성범죄센터의 사업비는 8억4100만원으로 지난해(12억2800만원) 대비 3억8700만원이 줄었다. 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는 늘었으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 대응을 위한 사업비는 전체의 31.5%가 삭감된 탓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디지털 성범죄센터에서 삭제 조치한 영상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디지털 성범죄센터가 삭제한 피해영상은 ▷2020년 15만8760건 ▷2021년 16만9820건 ▷2022년 21만3602건 ▷2023년 24만5416건 ▷2024년 6월 기준 16만5365건이었다. 올해 상반기와 같은 수준으로 삭제 조치 업무가 진행돼야 할 경우 올해 말에는 약 33만건의 디지털 성착취 영상이 삭제되는 셈이다.

지난 한 해 디지털 성범죄센터 직원들은 1인당 1만225건 이상의 피해영상을 삭제했다. 관련 직원 24명이 24만5416건에 대한 삭제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센터는 4년째 39명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2020년 인력을 67명에서 39명으로 감축했는데 이후 별도 증원을 하지 않았다. 이중 불법영상 삭제지원팀은 단 24명 뿐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오는 10월 정규직 2명, 기간제 8명 등 총 1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내년 디지털 성범죄센터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5년도 예산 중 인건비 및 운영비는 되려 줄었기 때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34억7500만원에서 32억6900만원으로 삭감됐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여성폭력방지 예산은 40% 이상 줄어

디지털 성범죄센터 주무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예산 또한 10억원 가까이 줄었다.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5년도 예산은 137억3500만원으로 지난해(146억9200만원) 대비 9억5700만원이 줄었다. 지난 2021년 예산(145억7400만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구체적으로 ‘여성폭력방지 및 현장지원’ 예산은 18억88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으로 40% 이상 적게 편성됐다. ‘여성폭력피해자 인권보호 예산’은 14억4300만원에서 10억5600만원으로 27%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유로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등 여가부를 사실상 ‘멈춤’ 상태로 만든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면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은 대폭 깎는 윤석열 정부의 언행 불일치를 규탄한다”며 “관련 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대폭 늘리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딥페이크 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불안과 공포가 들불처럼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AI시대 인권보호와 범죄 예방을 위한 확고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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