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GI 손잡고 출자자 마케팅 나서
한양증권 펀딩시기 중첩…투자자 확보 전략에 관심
캐즘 타개 시점 언제쯤…달라지는 평가 잣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위치한 LS그룹 美 전선회사 슈페리어 에식스(SPSX) 본사 |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 PE부문(이하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이 LS그룹의 미국 권선(구리 전선) 제조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이하 에식스)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시장 이목이 모인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PE는 KCGI와 손잡고 에식스에 2억달러(한화 약 2700억원) 투자를 앞뒀다.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에식스 유상증자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이하 우협)로 선정돼 프로젝트펀드 조성을 위한 출자자(LP)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앞서 ㈜LS는 별도의 주관사 없이 직접 재무적투자자(FI)를 초청해 개별 협상을 이어갔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뿐만 아니라 외국계 큰손 투자자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베인캐피털 등이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텀싯(Term Sheet)을 가장 매력적인 조건으로 제시한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이 LS그룹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이 제시한 조건이 자금조달(펀드레이징) 작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우협 경합 과정에서 승기를 잡고자 택했던 전략이 도리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은 LS 측이 제시한 에식스의 향후 예상실적을 훌쩍 웃도는 전망치를 근거로 회사 가치를 평가했다”며 “매각 측에 우호적인 가격이나 금리를 적어내 LS의 선택을 받았지만 LP들도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봐줄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조성되는 선입견이 차순위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실제로 LS 측은 FI 모집 과정에서 여러 후보를 고려해왔기 때문에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의 대항마는 여럿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이 자금조달 문턱을 넘어 거래종결에 이른다면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우협을 교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미래에셋PE-KCGI 컨소시엄이 다수의 기관 LP들을 접촉한 상황에서 펀딩이 무산될 경우 차순위 후보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LP들의 눈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 매력적이거나 안전한 조건을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상황 장기화 우려가 자리한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청사진을 수정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전기차 생산량을 당초 목표치보다 약 30% 감축했고,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일정을 기존 계획보다 약 1년6개월 뒤로 미뤘다. 에식스는 전기차 구동 모터 등에 사용되는 권선을 제조하고 있어 전방산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캐즘 타개 시점에 대한 전망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투자대상 기업 평가 잣대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운용사(GP)에 대한 신뢰도 제고는 넘어야 할 산이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간 운용사가 쌓아온 ‘행동주의 펀드’ 명성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경영참여형 펀드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원스토어, 넥스틴 인수무산은 운용사의 자금조달 능력에 오점을 남겼다는 진단도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 등으로 프로젝트펀드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며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출자자(LP)모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