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AI CCTV가 무려 164대” 수출 1등 에너지기업 일하는 방법도 다르네 [그 회사 어때?]
뉴스종합| 2024-09-12 16:14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GS칼텍스 직원이 드론을 활용해 설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헤럴드경제(여수)=한영대 기자] “올해부터 2030년까지 디지털전환(DX)를 통해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김성민 GS칼텍스 생산본부장 부사장)

12일 전남 여수에 위치한 600만㎡(182만평) 규모의 GS칼텍스 공장. 여의도 면적 2배이자 단일 정유 공장 기준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GS칼텍스 여수 공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디지털 전환(DX)’이다. DX 일환으로 GS칼텍스 여수 공장 곳곳에는 164대의 인공지능(AI)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외형상 일반 CCTV와 다를 게 없는 AI CCTV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자 행동 및 공장 시설을 실시간 감지, 위험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한다. 실제 GS칼텍스 공장 인근에 외부인이 접근할 때 AI CCTV가 이를 감지, 상황실에서는 ‘침입감지’라는 경고음이 나왔다.

GS칼텍스 여수 공장은 1969년 준공 이후 공정 능력을 매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정유 제품 경쟁력이 설비 효율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설비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간 결과 GS칼텍스는 국내 에너지 업계 수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여수 국가 산업단지 수출액(322억달러) 중 GS칼텍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이다.

GS칼텍스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주목한 것이 바로 DX다. 공장에 설치된 80만개 이상의 장치 및 배관들을 빈틈 없이 관리하기 위해서는 AI로 대표되는 신기술이 도입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에 설치된 AI CCTV.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 DX는 2019년 허세홍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래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허 사장이 “정유 공장이야말로 디지털 혁신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만큼 모든 작업 영역에 걸쳐 DX를 적용하고 있다. GS칼텍스가 현재까지 수행한 DX 사례만 100여건이다.

대표적인 DX 사례인 ‘졸로스캔’ 시스템은 가열로(흐르는 물질을 가열하는 설비)와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해 가열로 운전을 최적화, 에너지 절감을 실현한다. GS칼텍스는 졸로스캔을 통해 연간 23억원의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1만톤 줄였다.

추연훈 GS칼텍스 환경기술팀 책임은 “GS칼텍스는 가열로에 있는 장비인 버너(Burner)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으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졸로스캔을 구축했다”며 “국내에서 버너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절감을 노력하는 회사는 GS칼텍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탄소 감축을 시도한 결과 솔로몬 인덱스(글로벌 정유사의 경쟁력 지수)의 탄소배출지수에서 GS칼텍스는 2020년부터 글로벌 상위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GS칼텍스 직원이 VR 기기를 통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설비 통합 관리도 DX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회전기계 이상을 감지하거나 배관 두께를 측정할 때 AI 분석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설비 점검은 드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과거 담당자 경험에 의존해 작업이 이뤄졌을 때 정확도가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AI 모델 등을 통해 업무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생산 최적화 영역에서는 ▷데이터 중심으로 업무 체계를 수립하고 원유 제품 가격 추이를 분석하는 ‘플래닝 데이터 플랫폼(PDP)’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고체 부산물인 코크의 발생 함량을 예측하는 ‘코크 함량 예측 모델’ 등을 통해 DX를 실천하고 있다.

안전한 근로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ICT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임직원들이 실제 작업 환경에서의 부딪힐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허세홍(왼쪽 세번째) GS칼텍스 사장이 올해 8월 여수공장에서 진행된 DX 데이에 참석, 장치내부검사용 드론을 시연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는 다양한 DX 과제를 지속해서 적용 및 추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DX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수 공장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DX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허 사장은 DX 데이에 매년 참석해 임직원들의 디지털 기술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직원들의 DX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지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강재민 GS칼텍스 디지털혁신팀장은 “IT 관련 업무만 수행한 근로자들은 현장의 페인 포인트(불편 요소)를 잘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며 “현장 직원들이 IT 역량을 갖출 때 DX 관련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아카데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향후 목표는 ‘등대공장’ 인증이다. 2018년부터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고 있는 등대공장은 AI와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선 포스코 포항제철소,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 공장, LG전자 경남 창원 공장·미국 테네시 공장 등이 등대공장에 선정된 바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DX를 성공적으로 실행,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딥 트랜스포메이션으로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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