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도 넘었다”…블랙리스트·패륜 발언에 의료계 내부서도 ‘비판’
뉴스종합| 2024-09-12 09:13

의사·의대생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국민이 죽어도 별 상관 없다’는 내용의 글.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사·의대생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환자가 더 죽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감사한 의사들 명단’이라며 블랙리스트 작성이 계속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해당 움직임은 잘못 되었다며 선배 의사들이 바로잡아줄 것을 당부했다.

1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젊은 의사 중심의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어 공분을 샀다. 또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감사한 의사들 명단’이라며 블랙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의료계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A씨는 “어느 집단에나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지만, ‘더 죽었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인터넷 속에 숨어서 막말만 퍼붓고 있는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의 B씨는 “한편으로는 정부에 맞서자는 목소리를 내는 순간 ‘내부의 적’이 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발언)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라면서도 “내부에서도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지면 좋겠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솔직히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은 도가 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 C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블랙리스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대형병원 응급실 인근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도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현했다. 의협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명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료계일수록 이런 상황에 대해 더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협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경찰 수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명단 유포 피해자가 직접 고발하지 않았는데, 정부의 유불리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사 대상자를 특정해 수사하는 경찰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은 의협 회원들 개인 간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양쪽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파렴치한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지극히 일부 의사들의 일탈행동을 이용해 현 의료 대란의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함으로써 촉발된 현 의료대란 사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회유책과 협박을 반복한 것이 의료계 내 갈등 발생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해당 발언을 ‘선배·동료가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의료계에서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고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선배 그리고 동료 의사들께서는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진료에 임하고 계신 의료진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악의적으로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단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말씀드린 바 있다”라며 “경찰은 복지부의 수사 의뢰에 따라 현장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의사 명단을 공개해 진료 복귀를 방해하거나 모욕 또는 협박하는 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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