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은행, 올 상반기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만 1조원 육박
부실채권 비중, 시중은행보다 3배↑…연체율 격차도 벌어져
지방은행, 대기업대출·주담대 늘려…중소기업 대출 비중 줄어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 회복’ 지지부진…중소기업 자금난 지속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라 중소기업을 위주로 대출 부실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올 상반기 지방은행의 총여신 대비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시중은행보다 약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규모 채권 매각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수준은 시중은행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부실채권이 불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건전성 위기에 직면한 지방은행들은 대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iM뱅크와 지방은행 4곳(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올 상반기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9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22억원)과 비교해 84.2%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중 상·매각 채권 규모도 6041억원으로 1분기(3763억원)와 비교해 두 배가량 늘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 부실채권으로 규정하고, 장부에서 지우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판매한다. 이 경우 부실채권이 보유 자산에서 지워져,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등 부실채권이 불어나자, 이를 처리하는 규모가 은행권 전반에서 늘어난 셈이다.
시중은행들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피하진 못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 상반기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3조27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2232억원)과 비교해 1.5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3조2312억원) 규모도 넘어섰다.
그러나 총여신 중 부실 비중을 살펴봤을 때, 지방은행의 부실 증가 추세는 유독 크게 나타났다. 올 6월 말 기준 총여신(1727조원)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상·매각한 채권 비중은 0.19%로 집계됐다. 반면 5대 지방은행이 올 상반기 상·매각한 채권 비중은 0.48%였다. 지방은행의 상·매각 채권 비중이 2.6배가량 많은 셈이다.
그런데도 연체율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상반기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0.3%로 1년 새 0.05%포인트 늘었다. 반면 5대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0.45%에서 0.59%로 0.14%포인트 급증했다. 총여신 대비 2배 이상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증가 속도가 3배 이상 빨랐다. 지방은행의 건전성 악화 속도가 표면적인 연체율 지표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안내문.[연합] |
지방은행은 여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대기업대출 등 안전자산 규모가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4%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58%)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의 기업여신 중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건전성 위기에 직면한 지방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 용이한 대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5대 지방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1조4519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1441억원)와 비교해 2조3078억원(25.2%) 늘었다. 기업여신 중 대기업대출 비중 또한 7.88%에서 9.31%로 증가했다. 비교적 연체율이 낮은 주택담보대출 비중도 1년 새 69.6%에서 71.6%로 늘었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 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연합] |
문제는 지방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지속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최근 1년 새 4.3%(5조5965억원) 늘어, 대기업대출 증가율(25.2%)을 크게 하회했다. 시중은행 또한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반면 근본적인 경기 회복이 미뤄지며,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은 점차 늘어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전국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자금사정이 원활하다는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해보다 올해 자금사정이 더 곤란하다는 응답이 25.6%에 달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7월 중 파산 신청한 법인의 수도 1153개로 1년 새 32%가량 늘었다.
한편 정부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최대 43조원을 추가로 공급한다는 내용의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대출 총 39조100억원, 보증 3조9500억원 등 신규자금 42조 9600억원을 공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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