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재학생 72%가 이주배경 학생···다문화 엄마들 고민 증폭
뉴스종합| 2024-09-12 12:26
[챗GPT로 생성한 기사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학원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아이가 게임을 하도록 해도 될지, 한국어와 중국어를 어떻게 같이 가르칠 수 있는지 깜깜했어요.”

지난 2008년 중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와 결혼하고 출산한 하모 씨. 요즘 그가 사로잡힌 최대 고민은 13살이 된 초등학생 아들의 교육이다. 한족 출신인 그는 한국말이 서툴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적응에 애를 먹었다. 아이를 임신했던 2011년엔 건강이 나빠져 잠시 회사에 휴직을 냈는데, 돌아오니 갑자기 용접 업무를 떠맡겨 퇴사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그는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육아와 교육 방법을 배웠다. 자신감을 얻으며 엄마의 모국어인 중국어도 아이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중국말 가르치면 아이 교육에 안 좋다고들 해서 알려주지 않았어요. 근데 중국에 있는 어머니가 손주랑 소통을 못 하니까 속상해하시더라고요. 요즘은 센터에서 이중언어프로그램 들으면서 아들이 중국어 배우고 있어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중국 친정에 간다는 하씨는 할머니와 손자가 중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소수였던 다문화 배경의 아이들(이주 배경 학생)이 불어나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도 크게 늘면서 다문화·외국인 가정 부모들의 자녀 상담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를 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전국 초·중·고교에 다니는 이주 배경 학생은 19만3814명이다. 관련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2년 말(4만6954명)과 견줘 312% 가량 불어났다. 이 통계는 ▷국제결혼 가정(다문화 가정) ▷외국인 가정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일례로 다문화 학생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자체인 경기도 안산시의 선일중학교는, 재학생 295명 가운데 72%가 넘는 213명이 이주 배경 학생들이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 중에서 만 9~17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7.6%로 2018년 조사 때보다 6.0%p 가량 증가했다. 여가부는 보고서에서 “다문화아동에 이어 다문화청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고 관련 정책이 모색될 시점”이라고 적었다.

이러면서 청소년기 자녀의 교육과 양육을 고민하는 다문화 가정 부모들의 상담 수요도 확대된다. 결혼이민자·귀화자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호소하는 어려움은 ▷학습 지도·학업 관리의 어려움 ▷학업·진학·진로 등에 대한 정보 부족 ▷교육비 부담 ▷스마트폰·인터넷 사용 등에 대한 자녀와의 갈등 ▷자녀와의 대화 부족 등이다.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올해 상반기에 이주 배경 학생을 만나 30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주로 학교 학업과 진로 문제에 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게시판에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김도윤 기자]

2007년 한국에 들어와 가정을 꾸리고 현재 11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원모 씨(중국)는 “아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판정을 받았다. 조언 받을 곳이 없어 어떻게 아들을 돌봐야 좋을지 몰랐을 때 센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씨의 아들은 치료·상담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데,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류수자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은 “사춘기 자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몰라서 요청해오는 상담과 부모교육이 많다”며 “결혼 이민자 여성은 특히 교육에 관한 정보가 약해 힘들어 한다. 그런 부분을 주기적으로 알려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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