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여야 이견없는 경제법안들도 ‘상임위 벽’ 못 넘었다
뉴스종합| 2024-09-13 11:04
각종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된 민생 경제법안들도 소관 상임위원회 벽에 막힌 상태다. 사진은 국회 전경 이상섭 기자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경제법안들이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채 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진흥을 도모하는 ‘반도체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고준위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이후 22대 국회 개원 후 우후죽순 재발의되고 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육성과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담긴 ‘반도체특별법’은 이날까지 총 5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박수영·송석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서는 김태년·이언주 의원이 각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과 기간을 확대하는 등 세금혜택과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은 양당에서 13건의 법안이 나왔다.

제정법인 반도체특별법은 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이름이 다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지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고 의원의 법안에는 ▷5년 단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 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 및 인력개발 투자금액에 대한 사업소득세 또는 법인세 공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 의원은 지난 6월 법안을 발의하며 “반도체산업은 무엇보다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대기업, 중견·중소 기업 구분하지 않고, 정부까지 원팀으로 나라의 운명을 건 반도체 전쟁의 총력전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가 반도체위원회 설치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 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책임 의무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또는 우선 선정 및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제공 ▷RE100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및 설치 비용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지난달 법안 발의 당시 “국가적 차원의 반도체 비전 설계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비전과 전략이 정밀하게 담겨야 한다”며 “준비된 반도체 비전 설계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일에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총 13건이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 중에선 세액공제 특례의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8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성원·박수영·박충권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김태년·한병도·이병진·최민희·이상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올해 12월 31일까지 국가전략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시설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 부분을 해당 투자가 이뤄지는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 개정을 통해 특례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향후 상임위에서 일몰기한 연장의 수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최민희·한병도 의원은 3년을 연장해 2027년까지, 박충권·이상식 의원은 6년을 확대해 2030년까지로 기준을 잡았다. 박수영·김성원·김태년·이병진 의원은 10년을 연장해 2034년을 일몰기한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관련 법안 외에도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다수의 경제법안들은 이번 국회에서도 여전히 소관 상임위에 머물고 있다. ‘고준위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6건이 발의됐다. 고준위법은 21대 국회부터 여야 모두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해온 법안이지만 현재 소관 상임위에 상정된 후 법안 심사에도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여야는 이인선·김석기·김성원·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과 김성환 민주당 의원안을 병합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특검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둔 정쟁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후 지난달 말 28개의 민생법안이 여야 간 합의로 처리될 때에도 고준위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통과가 무산됐다.

‘전력망법(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도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전력망법의 목적은 고품질·대용량 전력망의 신속 구축을 통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다. 여야 모두 전력사용량이 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AI 산업 육성 등 첨단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력망법은 총 7건이 발의됐다. 김성원·이인선·김석기 등 3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김정호·정진욱·이상식 등 4명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민간 투자 허용 여부 대한 이견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법안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뤘지만 이번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근혁 기자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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