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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사업 구조조정 속도, 숨고르는 SI 탐색모드 PEF [주간 '딜'리버리]
뉴스종합| 2024-09-14 07:30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삼성과 SK 등 대기업이 사전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비주력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전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구조조정 일환으로 나온 매물은 해외 경쟁사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품에 안기는 추세다. 기업들은 구조조정 수요를 유지하는 가운데 아직 주요 딜에 전략적투자자(SI)로 등장하지 않고 있다.

9월 둘째주(9~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주목한 거래로는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 매각이 꼽힌다. 이달 10일 삼성SDI는 국내 청주와 중국 우시에 생산시설을 둔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1조1000억원이다.

매수자는 중국의 NY(Nuoyan)캐피탈과 HMO의 합자사다. 2016년 설립된 NY캐피탈은 디스플레이, 스마트 자동차, 반도체 등에 투자, 40여개 관계사를 운영 중이다. HMO는 NY캐피탈 산하의 관계사로 2014년 설립돼 편광필름을 제조해 판매한다.

삼성SDI는 "사업 양도 방식을 통해 편광필름 사업 일체를 이전하는 것으로, 국내 청주 및 수원사업장의 편광필름 제조 및 판매 등 사업 일체와 우시법인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로 LCD에 사용되는 편광필름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사업 경쟁력이 저하된 상태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공급과잉 시장 구조도 고착화되고 있다. 삼성SDI는 기술 경쟁력은 우위를 점하는 만큼 중국 경쟁사에 매각해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SK그룹도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최창원 부회장이 의장으로 올라선 이후 첫 딜은 SK렌터카가 꼽힌다. SK의 소그룹격인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며 8200억원을 현금화했다.

지주회사 SK㈜는 특수가스 회사 SK스페셜티 매각에 나섰다. SK스페셜티는 지난해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400억원에 달해 조 단위 딜로 예정돼 있다. SK하이닉스를 통한 캡티브 매출도 강점이다. 사업 안정성과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인프라 자산 특성을 갖고 있어 해당 분야에 특화된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원매자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SK 측은 매각 추진 당시부터 한앤컴퍼니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4호 블라인드 펀드를 4조7000억원 규모로 클로징하면서 투자 여력도 갖췄다. 이 외에도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PE 등 조 단위 펀드를 보유한 대형사 중심 인수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과 SK는 물론 효성과 태영 등 주요 기업들도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부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 다만 거래 당사자 사이 밸류에이션 격차로 인해 거래 종결까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태영그룹 구조조정 일환으로 진행된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도 본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2조700억원에 인수를 앞두고 있다. 내달 거래 종결을 목표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에어프로덕츠코리아, SKIET 등도 조 단위 매물로 꼽힌다.

주요 빅딜은 PEF 운용사를 중심으로 FI가 주도하는 점이 특징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경영 환경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고 있으나 아직 기업들은 유동성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SI로 신규 M&A에 나서는 사례는 드문 상태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계열사인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존에도 의결권을 갖고 있어 신규 M&A로 정의하긴 어렵다.

시장 관계자는 “가스회사 등 인프라 특성을 지닌 기업 매물이 많아 PEF 운용사 사이에서도 투자 선택지가 다양하진 않다”라며 “대기업 구조조정 매물의 경우 공개매각보다는 사전에 PE에 인수를 제안하는 사례가 많고 거래 규모가 커 대형사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이건욱PD]
[영상=이건욱PD]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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