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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원톱’ 사극·시대극 풍년이로구나…‘우씨왕후’이어 ‘정년이’, ‘원경’ 출격
라이프| 2024-09-16 13:49
김태리·신예은·라미란·정은채·김윤혜·문소리 등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디즈니+ 시리즈 ‘정년이’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고구려 고국천왕의 왕후 우씨를 주인공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에서 원톱 주인공으로 배우 전종서가 나선 데 이어 여배우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과 시대극이 줄줄이 공개될 예정이다.

내달 12일 공개될 디즈니+의 시리즈 ‘정년이’에서는 배우 김태리가 6·25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최고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 천재 ‘윤정년’을 연기한다. 국극은 여러명의 소리꾼이 실내 무대에서 연기·소리·춤을 함께 하는 공연인데, 여성국극은 여성 소리꾼들이 여성·남성 배역을 모두 소화한다.

김태리 외에도 배우 신예은·라미란·정은채·김윤혜·문소리 등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신예은은 노래·춤·연기 등 실력은 물론이고 집안도 좋은 ‘허영서’를, 라미란은 대쪽 같은 성격을 가진 매란국극단 단장 ‘강소복’을, 정은채는 당대 최고 여성국극단인 ‘문옥경’을, 김윤혜는 매란국극단의 또 다른 스타 ‘서혜랑’을 맡았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방영시점이 잡히고 있는 tvN 새 드라마 ‘원경’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배우 차주영이 조선시대 원경왕후를 연기한다. 차주영이 그려낼 ‘원경’은 조선 초기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남편 태종 이방원을 제3대왕으로 만든 ‘킹메이커’이자 그와 함께 권력을 쟁취한 ‘왕권 공동 창업자’로 창작된 여성이다.

갑옷을 입고 활을 쏘는 고구려 우씨왕후를 연기한 배우 전종서. 티빙제공

우씨왕후를 비롯해 윤정년, 원경왕후 모두 주체적 여성을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움과 동시에 타이틀 역시 이들 인물의 이름으로 뽑는 등 시청자들에게 누가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톡톡히 각인시키고 있다.

과거 사극은 남성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그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조력자에 그치는 정도였다. 특히 왕후(왕비)는 조연에 그치거나, 비중이 있더라도 국가 권력 다툼이 아닌 후궁들과의 암투에 시간을 쏟는 인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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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공개된 우씨왕후에서는 전종서가 힘들게 구해온 취수혼 상대자인 넷째 왕자를 방에 가두고 스스로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비록 전쟁신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린 엔딩에 대해 불만 섞인 시청자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어릴적 ‘우희’가 아버지에게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듣고 포기해야했던 ‘갑옷 입은 무사’로 거듭나는 모습은 주인공의 성장서사를 그려내는 데 손색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가 “더 이상 장기판의 말로 살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다만 우희가 조정 최고의 브레인인 을파소(김무열 분)가 “폐하(남편 고국천왕)의 기를 살려주려 매번 지는 장기를 두었는데 더는 지는 장기를 두지 말라”고 할 정도로 지략에도 뛰어나고, 살인병기로 불리는 흰호랑이족을 활로 고꾸라뜨리는 무예까지 출중한 ‘사기캐’라는 점은 결핍이 ‘없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결핍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살아남기에는 당대의 상황이 너무나 엄혹했기에 ‘완전체’ 주인공을 등장시켜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 또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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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 또한 마찬가지다. 2002년 방영됐던 SBS 드라마 ‘야인시대’는 주인공 김두한부터 수많은 주조연, 조연, 단역까지 남성배우가 압도적이었다. 2024년 나오는 시대극 ‘정년이’에서는 여성 주인공과 여성 주조연, 조연이 대거 활약한다는 차이가 있다.

최근 여성 중심 서사가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평론가들은 첫째로 주된 미디어 시청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꼽는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실제로 일터에서 남성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주체적이고, 권력지향적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다고 해석한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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