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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했던 1945년 ‘파친코’·‘경성 크리처’ vs 2024년에도 유효한 ‘로코퀸’ 신민아 [추석에 뭐 볼까]
라이프| 2024-09-16 16:22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바쁘다 바빠’ 현대인을 위한 시간이다. 본격적인 ‘가을 연휴’의 시작엔 ‘몰아보기’가 제격이다. 국내외 OTT를 통해 각종 시리즈 물이 쏟지는 때에 그간 놓쳤던 드라마가 있다면 지금이 적절하다. 지금은 예복습의 시간이다.

이제 시작한 시즌2 드라마들을 긴 호흡으로 이어보기에도 좋고, 미처 놓친 드라마를 다시 봐도 좋다. 인기 OTT 세 곳에서 공개, 비슷한 시기를 전혀 다른 감각과 이야기로 풀어낸 시대물 두 편과 지금 꼭 봐야할 ‘로코’ 한 편을 꼽아봤다.

‘파친코’ 시즌2 [애플TV 플러스]
근현대사를 관통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파친코’

놀랍도록 섬세하고, 놀랍도록 방대하다. 우리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담은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27개국에서 번역된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낸 재일 한국인 가족 4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낸 선자(김민하 분)와 1989년 거품 경제 시기 일본에서 살아가는 선자의 손자 세대인 솔로몬(진하 분)의 이야기를 교차한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외국의 ‘거대 자본’으로 만든 미국 드라마 ‘파친코’는 시대를 관통하며 두 남녀의 이야기를 끌어온다. 현재 드라마는 시즌2의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시즌2는 1945년의 오사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시즌1에서 강렬한 첫 만남으로 서로를 마주했던 한수와 선자는 드라마 속 ‘치정 담당(?)’이다. 시즌2에선 이들이 다시 만난다. 선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옛 연인이자 첫째 아들의 친부 한수(이민호 분)와의 재회다. 부산 영도에서 헤어지고 14년 만이다.

시즌2에 접어들면 둘 사이엔 복잡미묘하고 강렬한 긴장감이 감돈다. 한수를 연기하는 이민호는 둘의 관계에 대해 “완성되지 않은 사랑이자, 내면 깊은 곳에서 서로를 품고 있지만 멜랑콜리한 로맨스는 아니다”고 정의한다.

시즌2에선 시대의 아픔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고 가열하게 이어진다. 이야기의 중심인 선자는 2차 세계대전의 위기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으로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선자를 연기하는 김민하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고자 희망을 찾고 빛을 좇으며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내실을 단단히 잡으며 깊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드라마의 최대 단점은 밝기의 정도다. 드라마가 어떤 환경에서 봐도 어둡다. 그것만 잘 참고 보면, 감탄을 불러올 만한 지점이 많다. 섬세한 연출, 밀도 높은 대본, 깊이 있는 접근은 물론 김민하를 비롯한 배우들의 단단하고 체화한 연기가 일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제공]
1945년 ‘벚꽃이 질 때까지’…잔혹한 시대의 ‘경성크리처’

“사쿠라가 후루마데.” (벚꽃이 질 때까지)

드라마는 절체절명의 ‘상징성’을 끊임없이 던졌다. 3월 말, 4월 초에 피어나 금세 지고마는 벚꽃이 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이 드라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또 하나의 1945년이 온다. 가장 짙은 어둠이 드리웠던 경성의 봄날, 생존을 위해 몸부림 쳤던 청춘 남녀 태상(박서준 분)과 채옥(한소희 분)의 이야기다. 이제 곧 패망을 앞둔 일제 치하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나 난데없고 생뚱맞게 경성 한복판에 괴수가 등장한다.

드라마는 한 마디로, 1945년 경성에서 탐욕 위에 태어난 괴물과 맞서는 크리처 스릴러다. 오는 27일 시즌2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금 이 시점이 ’몰아보기‘에 최적인 때다.

장장 7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경성크리처’는 한국형 크리처물로 기대를 모았으나 사실 공개 직후엔 국내외 시청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경성크리처’는 지난해 12월 22일 공개 당시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공개 나흘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 기준으론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3위에 오른 작품이다. 다만 국내 팬들 사이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새로운 시즌은 시대적 배경을 2024년으로 이동한다. 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의 끝나지 않은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새 시즌을 풀어갈 예정. 첫 시즌에서 윤채옥 역을 맡았던 한소희는 그대로 윤채옥 역을 맡았지만 박서준은 태상의 후손으로 추측되는 호재 역을 맡았다. 여기에 이무생, 배현성 등의 배우가 새롭게 합류했다.

넷플릭스 측은 “1945년 경성에서 2024년 서울로 이어지는 스토리와 더욱 깊어진 인물들의 서사,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강력한 서스펜스를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손해보기 싫어서'의 신민아 [tvN, 티빙 제공]
이보다 사랑스러울 수는 없다…‘로코퀸’ 신민아의 귀환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는 없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로코퀸’은 ‘로코퀸’이다. 사랑스러움으로 중무장한 신민아가 ‘손해보는 일’이라면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여자 ‘손해영’이 돼 돌아왔다. tvN과 토종 OTT 플랫폼 티빙의 첫 합작 드라마 ‘손해보기 싫어서’다. 이제 막 6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기왕이면 더 늦기 전의 탑승을 권장한다. 함께 시청 중인 여러 사람들과 감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아가 원톱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손해보기 싫어서’는 기존 로코와는 다르다. 손해영은 자신이 양다리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구 남친의 결혼식에서도, 남자친구에게 먼저 이별을 고할 수 밖에 없었던 집안 상황을 가슴에 묻고서는 자기 슬픔에 매몰되지 않는다. 아픔이야 왜 없겠냐마는 이 모든 상황과 감정에 파묻히지 않고 “더 대단해질 미래”를 향해 가는 손해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20대에도 30대에도 막 40대에 접어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신민아의 맹활약은 이 드라마의 8할을 차지한다.

지난 6화까진 재직 중인 꿀비교육의 TF팀에 합류하기 위해 ‘가짜 결혼’을 한 해영과 지욱(김영대 분)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이어졌고, 이후 ‘잠깐의 헤어짐’ 이후 지욱은 이미 시청자들은 눈치챘을 가정사로 꿀비교육에 입사해 난데없이 놀라운 활약을 편다. 7화부턴 ‘꿀비교육’ 공식 사내 부부가 된 해영과 지욱은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고자 함께 출근길에 나서는 등 서로의 일상에 스며든 모습으로 설렘 모드를 가동한다. 가짜이지만 진짜 부부인 척하는 두 사람과 그 사이에서 피어날 새로운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관전 포인트로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의 최근 회차까지 시청을 마치면, 어쩔 수 없이 손해영을 기다리게 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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