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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을 바꾸는 드론…우크라이나는 10년 전부터 준비했다[오상현의 무기큐브]
뉴스종합| 2024-10-01 09:01
지난달 24일 충청남도 계룡시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트로 야첸코 소령은 전황을 바꾸는 드론의 활용을 10년 전부터 깨닫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정률 PD]
우크라이나 국방부 페트로 야첸코 소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드론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자국의 드론 운용 경험을 소개했다.[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우리는 10년 전인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우리처럼 작은 나라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인기를 활용하는 것이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국제협력관실의 페트로 야첸코(Petro Yatsencko) 소령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지금까지 전쟁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이같이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2년 반 전 침공 당시 러시아는 8년 전인 2014년 발칸반도를 침공했을 때처럼 금방 전투를 끝내고 손쉽게 자신들이 원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은 러시아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렀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 전쟁 자체만 본다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드론을 활용한 비대칭전에 있습니다.

다른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드론의 활용은 어찌보면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전술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9월 24일 충청남도 계룡시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페트로 소령을 만났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와 사단법인 창끝전투가 공동 주관한 제3회 창끝전투 콜로키움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드론을 활용해야겠다고 판단했던 시점이 2014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그것은 일종의 비대칭전쟁이었기 때문에 드론이 러시아의 병력과 장비를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한 분야는 “전장에서 목표물을 찾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에 정찰 영역을 넘어서 “전차의 장갑을 파괴하거나 러시아 병사들의 항복을 강요하는 데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며 “드론은 적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매우 완벽한 기계”라고 말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이제 우크라이나 군은 드론을 흑해함대를 극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마구라’ 드론이나 ‘씨 베이비’ 드론과 같은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군함을 많이 파괴할 수 있었다”며 “현재 흑해의 러시아 함대는 전혀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동안 전장에서 해상 드론을 사용하는 세계적인 선두주자다”라고 덧붙였죠.

그러면서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이 있었던 2년 반 동안 우리가 이룬 주요 진전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이제 전장에서 드론을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다른 나라들보다 가장 많이 경험한 나라”라고 자부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와 사단법인 창끝전투가 공동 주관한 제3회 창끝전투 콜로키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2만5700대의 장갑차량을 드론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김정률 PD]

페트로 소령의 자부심은 이날 진행된 콜로키움 발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드론의 시대(The Epoch of Drones)’라고 명명한 이날 발표에서 그는 “2023년 통계를 보면 일주일 동안 33대의 전차와 37대의 전투차량, 142곳의 지휘소, 52명의 전투원 등을 드론으로 파괴했다”며 “이러한 수치는 모두 ‘드론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총참모부가 러시아군의 손실을 기록한 자료를 보면 개전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으로 2만5700대 이상의 러시아 장갑차량들을 파괴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 수치가 오직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증거로 남은 수치’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러시아 흑해함대 전력의 30%인 전함 60척을 파괴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활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가성비 전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전자부품의 초소형화와 더불어 생산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춤 제품들이 등장한 것은 자신들의 비대칭전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BTS의 공연을 한 번 보는 티켓 값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주 먼 거리에서 초고화질의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고 농담을 섞어 드론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드론의 평균 가격은 약 500달러”라며 “250만달러의 러시아 탱크를 파괴할 수 있는 드론과의 가격 차이는 5000배 이상이며 이것은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지난달 24일 자국의 드론 활용에 대한 경험담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으로 러시아의 전차를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구라’와 ‘말류크’라는 드론은 전함과 교각, 해양플랫폼을 파괴하고 FPV(First Person View)드론은 전투원과 기지, 지뢰지대 개척, 적 보급품 차단 등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고정익 드론은 정찰과 장거리 폭격 임무를, 무인 지상운반차량은 탄약을 운반하거나 부상자 이송을 담당하죠.

시속 350㎞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쿼드콥터 드론은 대공방어용으로 사용하며 적의 헬기나 드론을 격추시키고 통신중계드론을 이용해 FPV 드론의 타격거리를 증가시켜주는 역할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성비’라는 기준에서 가장 먼 사족보행로봇은 정찰임무나 군수품 보급에 사용하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 로봇을 가장 적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종류의 드론은 전장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초기에는 FPV 드론으로 3~5㎞ 이내의 병력과 장갑차, 포병 등을 파괴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드론의 베터리 용량을 키워서 20㎞ 이상도 파괴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와 같은 큰 적이 우리를 침공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의 영토까지 수백㎞를 날아가서 탄약기지나 공장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드론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드론은 매우 중요하며 전장 상황에 따라 매일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죠.

페트로 소령은 “모든 종류의 드론은 매우 중요하며 전장 상황에 따라 매일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 드론을 공중에서 격추하기 직전 모습.[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때문에 러시아군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역시 드론을 활용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장거리 드론을 사용하면 러시아가 우리 영토까지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파괴할 수 있다”며 “이러한 무기 개발은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것이며 우리는 이미 1000㎞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장거리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페트로 소령의 발언은 외신 보도로 바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티호레츠크 지역 인근 군수창고를 드론으로 공격한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죠.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21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티호레츠크 인근 창고는 러시아군의 대규모 탄약고 중 하나로 러시아군의 물류 거점”이라며 “우리는 북한에서 제공한 탄약을 포함해 2000t의 탄약을 실은 열차가 탄약고 안에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드론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드론이 창이라면 방패인 안티드론에 대한 능력도 함께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장에서 드론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자신들이 사용하는 안티드론 장비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당 100달러 정도의 드론 디텍터(감지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정찰드론이나 자폭드론의 접근을 경고해 줍니다.

또 ‘트렌치-EW’라는 전자전 장비도 개발되어 있는데 이는 짧은 거리에서 기지국과 드론 사이의 주파수를 가로채 드론을 떨어트리는 장비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사냥할 때 쓰는 엽총과 그물을 발사하는 총, 재래식 방공무기들도 드론을 격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전장에서 드론은 매일 몇 백대씩 격추되고 있다”며 “드론은 총알과 같은 소모품으로 사용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자전의 발전과 소모성이 드론의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적 주파수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주파수 변환이 가능해야하고 전자전에 저항할 수 있는 광섬유 소재의 드론을 개발하거나 표적을 자동으로 인식해 자율주행하는 AI 드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제한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드론의 프레임과 모터, 제어장치, 리튬 건전지 등 수리부속품을 국산화하고 적이 이를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은 “전장에서 드론은 매일 몇 백대씩 격추되고 있다”며 “드론은 총알과 같은 소모품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김정률 PD]

페트로 소령과 인터뷰를 하고 그의 발표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그들은 러시아라는 큰 적에 대항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드론을 비대칭전의 핵심 요소로 꼽았고 발전시켰으며 현재 2년 반이 넘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전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큰 적이라고 생각하고 비대칭전을 준비했던 것처럼 북한도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비대칭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현실도 되돌아 봤습니다.

2014년 3월과 4월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됐던 북한의 무인기는 중국 무인기를 변형하고 일제 카메라를 달았던 조악한 수준의 무인기였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말에는 다수의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고 일부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인근까지 날아왔었던 사실도 드러났죠.

그리고 지난 8월 26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폭 무인기를 공개하며 하루빨리 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페트로 소령의 마지막 발언은 우리 현실의 불안함에 더 부채질을 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모든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 전쟁의 결과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페트로 야첸코 소령과의 인터뷰 영상은 오는 10월 중순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2024)에서 공개될 우리나라의 드론 전력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공개할 예정입니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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