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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아빠, 한국 딸 사연..앙카라의 코리아가든 필수방문지[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4-10-09 12:41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튀르키예의 수도는 이스탄불이 아니다. 기원전 2000년 경 철기문화의 탄생지인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 앙카라가 지금의 튀르키예 수도이다.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지역 한국전쟁 참전용사들 [함영훈 기자]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이스탄불을 수도로 삼기 시작하여, 오스만 투르크가 동로마 무적 선단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전략’의 금각만(골든혼) 기습공격으로 로마를 무너뜨린 이후에도 수도는 유지되었지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터키공화국 대통령은 20세기 초, 히타이트 이후 튀르키예땅(소아시아아)에서 진행된 모든 역사를 바로세우겠다면서 앙카라로 수도를 바꿨다.

고구려 이웃 돌궐(투르크)의 후예로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형제의 나라로 불렸고, 탱그리즘(단군신앙)을 정신적 기반의 한축으로 삼고 있다. 특히, 터키군의 한국전쟁 참전이후 현제의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형제의 나라답게 서울엔 앙카라공원이, 앙카라엔 코리아가든이 있다.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 있는 코리아가든 [함영훈 기자]

시민과 여행자들이 편히 쉬는 겐츨릭 공원 바로 옆에는 1971년 조성된 한국공원이 있다. 중심가인 크즐라이 지구 북쪽 인근에 있는데, 꽤 높은 한국형 석탑이 이 공원의 랜드마크이다. 한국 전쟁때 파병돼 한국민의 자유, 민주를 위해 싸우다 가신 영령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한국의 탑처럼 세워져 있다.

9일 튀르키예 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의 유엔공원 내 튀르키예 장병묘역 주변의 흙도 이곳으로 옮겼으며, 튀르키예 당국은 2년전 이 코리아 가든을 새롭게 단장하며 정성을 쏟았다.

한옥 컨셉트의 안내소를 지나면 여행자들이 잔디를 멋삼아 편히 산책할수 있도록 소박하게 단장되어 있다. 바로옆 겐츨릭 공원에 호수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앙카라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푸른 초원을 만난다.

아타튀르크 문화센터를 둘러보고 가끔 운좋으면 만나는 공연을 감상할수도 있겠다.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한 바 있는 이곳의 방문록 쓰는 곳에서 소액의 팁을 주면 예쁜 기념품을 준다고 한다.

파리에 서울공원이, 서울에 파리공원 있듯이, 앙카라에 한국공원이 있으니, 서울 여의도에도 앙카라공원(자매공원)이 있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 앙카라와 서울은 자매도시이다.

서울의 자메도시 앙카라 전경 [123RF]

1971년 자매결연 당시 한창 개발이 진행되던 곳이 여의도였기 때문에, KBS별관이 있는 동편 끝에 이 도시의 이름을 딴 '앙카라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는 ‘앙카라 학원 공원’이 있는데, 한국 전쟁 당시 튀르키예군이 전쟁고아들을 위해 설립한 고아원 ‘앙카라 학원’가 있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군 1개 대대가 수원지역(옛 농촌진흥청 일원. 서둔동 45-9번지)에 주둔하면서 앙카라 고아원을 세워 전쟁고아 640여 명을 돌보고 공부를 시키는 등 인도적 활동을 펼쳤다.

튀르키예군은 6·25전쟁 당시 1만5000여명이 참전해 741명이 전사하고 2068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75명이 실종됐고 234명이 포로가 됐다.

이들은 모두 차출이 아닌 자원병이었다. 터키는 원래 5000명 정도의 병력을 보낼 작정이었으나 모병 결과 3배가 자원해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수원시는 앙카라 학원을 만든 참전용사들의 고향 얄로바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얄로바 시장은 수원시와의 교류회에서 “양국은 돌궐과 고구려로서 혈맹의 형제 국가다. 위험에 처한 형제를 도운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앙카라의 코리아가든

2017년 10월 개봉돼 터키국민들을 감동시켰던 영화 ‘아일라’는 한국 전쟁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평안도 ‘군우리 전투’에서 철수하던 터키 병사 슐레이만은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녀(아일라, 한국명 김은자)를 발견하고 부대로 데려가 정성껏 키우다 귀국명령으로 헤어지게 된다.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수원 ‘앙카라 학원’에 보내면서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실존 인물인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한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서 60년 만에 만났다. 그리고 2017년 튀르키예에서 만나 영화 '아일라' 시사회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슐레이만은 그해 12월7일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같은 튀르키에인 슐레이만의 사망 소식은 한국인 김은자씨의 슬픔은 천붕지통 그 자체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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