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걷다가 뛰다가 쉬다가’ 펫과 함께 하는 느림보 마라톤 [웰니스서울 2024]
뉴스종합| 2024-10-08 11:29
‘웰니스서울 2024’의 대표 행사로 진행된 ‘펫과 함께하는 느림보 마라톤’에는 사전 및 현장 신청을 한 시민 2500여 명과 반려견 500여 마리가 참가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반려견과 함께 잠수교를 시작으로 한강변을 쉬엄쉬엄 걸으며 ‘힐링’ 마라톤을 즐겼다. 박해묵 기자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할 수 있다는 게 이번 행사의 장점 아니겠어요? 우리 집 서열 1·2위인 14살 꼬뭉이(몰티즈)와 12살 뭉치(시츄)와 아내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게 돼 즐거웠습니다.” (박진순(58) 한림건축그룹 회장)

헤럴드미디어그룹(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공동 주최하고 ESG 전문기업 리브위드가 메인 협찬사로 참여한 ‘웰니스서울 2024’의 행사로 진행된 ‘펫과 함께하는 느림보 마라톤’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과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견주와 일반 참석자 약 2500명, 다양한 견종·나이대의 반려견 500마리가 함께 참여했다.

오후 2시께부터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씨가 11년째 함께하고 있는 자신의 반려견인 ‘럭키’와 함께 선두에 섰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원주 헤럴드미디어그룹·대우건설 회장,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는 도그어스플래닛이 보호 중인 유기견들과 함께 잠수교를 걸었다.

참가자들은 잠수교에서 출발, 이촌한강공원을 반환점으로 잠수교로 다시 돌아오는 약 8㎞ 코스를 걸었다. ‘걷다가 뛰다가 쉬다가’가 이번 마라톤의 모토인 만큼 1㎞ 지점마다 반려견 음수대, 반려견을 위한 닭·오리 순살 수제 간식을 배포하는 휴게소는 물론 곳곳에 포토존도 설치됐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배변봉투, 에코백, 티셔츠 등 다양한 굿즈도 제공됐다. 대형견의 경우 입마개 착용을 필수로 내걸었고, 소·중·대형견이 섞이지 않도록 시간 간격을 둬 마라톤을 시작했다.

마라톤 시작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솟구쳤다. 다른 반려견 주인과 서로 인사를 하며 각자 반려견이 몇 살인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모습이 흔히 펼쳐졌다. 반려견끼리 서로 냄새도 맡고 새로 친구를 만들기도 하며 서로 어울렸다.

6살 웰시 코기 ‘맥주’를 키우는 30대 손지혜 씨는 “분류상 중소형견이지만 10㎏이 넘는 체구라 다른 강아지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 질서정연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마라톤을 진행하는 것 같아 안심했다”고 웃었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오히려 반려견이 걷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참가자들은 반려견과 함께 풍경을 즐기며 느긋하게 걸었다. 중간 중간 강아지들은 흙냄새를 맡기도 하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으며 마라톤을 만끽했다. 걷다가 쉬었다가, 중간에 휴게소도 들러 물과 간식을 먹으며 쉬는 시간도 종종 가졌다. 포토존과 반환 지점에 마련된 ‘견생네컷’부스에서 가족 사진을 남기며 추억도 쌓았다.

7살 킹 찰스 스패니얼 ‘쵸파’와 7살 파피용 ‘카루’를 키우는 김민경(42) 씨는 강아지 유모차를 가지고 왔다. 허리 디스크가 있어 오래 걷지 못하는 반려견들을 위해서다. 김씨는 “느림보 마라톤인 만큼 걸을 수 있는 만큼 걷다 힘들면 쉴 수 있어서 좋다”며 “바깥 공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맡게 해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12살 삽살개인 ‘다미’를 키우는 채명연(62) 씨는 “2012년부터 키우고 있는데, 12살이 되니 많이 못 걸어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했다”며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꼭 하고 하루에 3번까지도 산책할 정도로 밖을 좋아하는데 작년부터 30분씩 밖에 못했다. 오늘은 8㎞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마라톤 개최에 감사를 표했다. 5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깽이’를 키우는 임숙희(31) 씨는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마라톤이 흔하지 않다 보니 더 뜻 깊고 길이 길이 남는 추억을 만들었다”며 “강아지들은 야외활동을 좋아하다 보니 반려견과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한 ‘댕댕이(강아지를 뜻하는 신조어)’에게는 메달도 주어졌다.

반려견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한 이봉주 씨는 “그 전에는 늘 앞만 보고 뛰었는데, 오늘은 반려견 럭키와 함께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힐링’ 마라톤을 즐길 수 있었다”며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반려견, 반려인, 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와 장소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간디는 한 사회의 도덕의 속도는 동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에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며 “반려동물 가족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걸맞는 문화와 가치가 정착되길 바라며 헤럴드미디어그룹이 주최한 행사도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는데 기여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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