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한강, '달걀·우유' 먹었는데 채식주의라고요?…우리가 몰랐던 채식주의
라이프| 2024-10-15 10:05
소설가 한강.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54)은 과거 달걀과 우유가 포함된 채식를 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들은 몇몇은 달걀과 우유가 어떻게 채식이 될 수 있냐며, 의아해 한다.

100% 채식만을 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채식주의를 실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불성설 같은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식주의 개념을 짚어야 한다. 채식주의란 흑과 백처럼 채식주의와 육식주의가 양분(兩分)된 개념이 아니다. 채식을 지향해 식습관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부터 채식주의는 시작된다. 예컨대, 오늘부터 소고기, 돼기고기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도 채식주의에 포함될 수 있다.

출처=세종사이버대학교

채식주의가 먼저 시작된 서구권에서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채식주의를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플렉시테리언'이다. 채식주의를 지향하지만, 종종 육식을 먹는 채식주의를 말한다. 집에서는 가능하면 채식을 하지만, 회식 등이 있을 때는 굳이 빼지 않고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대중적인 문화교류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서양인들은 한국인들의 식생활 자체를 플렉시테리언에 가까운 채식주의라고 생각했다는 말이 있다. 나물과 김치, 온갖 채소 위주의 식탁이 그들의 눈에는 채식주의로 보였을지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채식주의를 경험한 것일지도.

두 번째는 '폴로-페스코'다. 폴로는 조류의 고기를 먹는 채식주의를 말한다. 페스코는 어류·조개 등 수산물을 허용하는 채식주의다. 수산물과 조류를 다 허용하는 범위로 '폴로페스코'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작은 소와 돼지 등 대형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이 환경오염에 큰 악영향을 미쳐 이를 위해 육류를 소비하되 조류와 수산물을 선택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는 우유와 달걀을 먹는 '락토-오보'다. 한강 작가가 이에 해당하며, 사실 채식주의를 실행하는 상당 수가 여기에 속한다. 동물을 살생하지 않는다는, 채식주의 기본 신념에 부합하면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유를 먹는다고 락토-오보 채식주의자들이 전부 치즈까지 먹지는 않는다. 과거 치즈를 만들 때 송아지를 도축해 위의 효소를 추출해 만든 레닛이라는 응고제를 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송아지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응고제로 사용하는 등 대체제가 여럿 있지만, 전통 등을 이유로 여전히 송아지 레닛을 쓰는 곳이 많다고 한다.

네 번째는 '비건'이다. 동물 섭취를 금하고 오로지 채식만 행한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채식주의다. 특정 불교 종파에서는 살생을 금하며, 종교적 이유로 비건식의 채식을 행하기도 한다.

7년 동안 과일만 먹다 사망한 러시아 인플루언서.

마지막으로 '프루테리언'이다. 채식 중에서도 오로지 과일만 먹는다. 극단적인 채식주의로 식물도 생명이기 때문에 죽여서 먹으면 안 된다는 신념에서 시작된다. 나무에 맺혀 떨어진 과일만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건강에 좋을리 없다. 올해 7월 7년 동안 과일만 먹은 러시아 인플루언서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안 밝혀졌지만, 영양실조와 면역력 저하로 인한 균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사망 몇달 전부터 피로감에 시달리고, 다리가 붓고 진물이 나오는 등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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