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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新알고리즘 초단타 판치는데”…거래소, 감시시스템은 먹통?
뉴스종합| 2024-10-17 08:59
사진은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 [한국거래소]

[헤럴드경제=유혜림·김민지 기자] 최근 ‘초단타 거래발(發)’ 시장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1차 단속 주체인 한국거래소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폭증하고 하루 단위로 포지션이 바뀌는 등 ‘제2의 시타델사태’를 의심하는 의혹이 이어졌음에도, 올해 거래소의 ‘초단타’ 이상 거래 적발 건수는 ‘제로(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장 감시 시스템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심리 실적 보고에 따르면, 시감위는 지난해 총 99건의 불공정거래를 적발해 금융감독원에 혐의 통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초단타 유형’으로 적발한 이상거래 건수는 단 2건, 올 들어선 0건(14일 기준)였다. 또 최근 5년간 최종 적발된 건수는 2017년 ‘미국 시타델증권의 시장 교란 사태’ 이후 한 건도 없었다.

당시 시타델은 알고리즘을 통한 초단타 매매로 특정 종목에서 가장 높은 매도 호가에 걸린 주문량을 전부 사들여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했다. 그러다가 호가가 오르면 보유 물량을 무더기로 매도해 시세 차익을 챙기고 허수 주문은 바로 취소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해왔다. 이에 작년 초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시타델증권이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이유로 1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초단타 매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스닥 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을 활용하려는 ‘초단타’ 세력이 몰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실제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주문 수 2만건을 초과한 초단타 매매 계좌의 거래대금은 457조5809억 원으로, 전년도(263조1219억원) 대비 73.9% 급증했다. 하루 평균 2만건의 주문은 개장부터 마감까지 ‘1초에 1건’의 호가를 넣어야 가능한 양으로, 이는 통상 초단타의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으로도 쓰인다.

반면,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초단타 매매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하루 주문 수 2만건 초과 초단타 매매자의 계좌에서 발생한 거래대금 규모는 1경996조9840억원으로 전년 대비(11.8%) 감소했다. 같은 기준으로 살펴본, 유가증권시장(ETF·ETN·ELW 포함) 역시 2.2%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본래 파생상품시장은 알고리즘 매매의 비중이 컸으나 점차 코스닥 시장이 초단타 세력들의 ‘놀이터’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AI 기반 초단타 매매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코스닥 시장이 투기세력의 주요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DMA(직접전용주문선) 서버를 이용하면 단 0.001초만에 주문을 체결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주문(0.05초)보다 50배나 빠른 속도다. 이로 인해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시장 변동성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거래소는 “통상 시장감시는 종목 단위로 이루어지나 고속 알고리즘 거래를 비롯한 초단기 매매의 경우, 양태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이상거래 적출 기준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감시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특정 계좌(군)에서 불건전 호가·매매패턴이 초단기에 걸쳐 다수 종목에서 반복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에선 보다 적극적인 감시 시스템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의 리스크 노출이 매 거래일마다 진행되고 있다”며 “거래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당국이 더 과감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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