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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발생 따른 정부의 작업중지 조치, 관련없는 작업까지 포함…합리화 시급”
뉴스종합| 2024-10-17 11:01
건설공사 현장에 안전모가 놓여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다수 기업들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조치와 관련 정부가 운영 중인 ‘작업중지 조치 제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국내 기업 340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인식과 문제점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응답 기업 중 61%가 ‘부정적’이라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유와 관련 ‘재해발생 원인과 관련이 없는 작업까지 중지를 시켜서(44%)’라는 항목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생산중단으로 기업피해만 커질 것 같아서(23%)’,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서(19%)’,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14%)’ 순으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시행(2020년 1월 16일) 후 사망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사고 원인과 관계없는 작업까지 폭넓게 내려지고 장기간 생산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남에 따라, 향후 중대재해 발생 시 입게 될 피해 또는 손실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이 조사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작업중지 조치 제도 가운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업들 51%는 ’작업중지 명령‘, 30%가 ’작업중지 해제‘라고 각각 답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인식 조사표.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작업중지 명령’이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응답 기업의 60%가 ‘중지 명령의 기준(급박한 위험 등)이 모호해서’를 선택했다. 이어 ‘작업중지 범위(부분·전면)가 과도하게 규정돼 있어서(58%)’, ‘중지 명령절차 등 구체적 기준이 없어서(36%)’, ‘감독관 재량으로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는 것 같아서(26%)’, ‘중지 명령 세부기준(고용부 지침)이 공개되지 않아서(19%)’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사업장의 생산중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중지 명령요건에 대한 명확한 세부규정 없이 고용부 지침과 감독관 개인의 재량으로 중지범위가 결정되는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아울러 위 항목에 ‘작업중지 해제’라고 답한 이유에 관해 응답 기업의 76%는 ‘반드시 해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서’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해제절차가 너무 복잡해서(47%)’, 재해원인과 관련 없는 부분까지 점검 및 개선조치를 요구해서(47%)’ 순으로 조사됐다.

작업중지 명령 사유에 대해 사업주가 개선조치를 하면 중지 명령을 내린 감독관이 즉시 현장 확인 후 해제를 결정하면 되지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 해제는 반드시 심의위원회를 통해서만 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의 한계점이 작업중지 기간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인식 조사표.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아울러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응답기업의 절반은 ‘작업중지 해제심의위원회 폐지(53%)’를 꼽았다. 이어 ‘작업중지 해제절차 간소화(52%)’, ‘중지 명령 요건(급박한 위험 등) 구체화(49%)’가 뒤를 이었다.

한편 고용부(담당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한 횟수와 관련 ‘2~3회’라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아울러 작업중지 총 기간은 기업 당 평균 49.6일(최소 14일, 최대 150일), 손실액(협력사 피해액 포함)은 1억5000만원(50인 미만)에서 1190억원(1000인 이상)으로 조사됐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사고 발생 시 산재위험도와 경영상황을 고려치 않은 일률적인 중지명령으로 인해 사고기업뿐만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관련 기업들까지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방향을 발표한 적 있는 만큼, 작업중지가 제도 본래의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입법·제도 개선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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