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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로키..서쪽에서 맞는 일출, 기막힌 루비 보석[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4-10-19 07:33

[헤럴드경제(캐나다 알버타주 캔모어)=함영훈 기자] “아, 이런 일출이...서쪽에서 해가 떴다.”

캔모어 서쪽 일출

밴프국립공원에 가기도 전에 캔모어에서 기막한 광경을 목도한다.

‘세자매 봉’ 등 산과 보우강, 빙하호수 모레인, 에메랄드 보석 같은 물색의 글라시레이크, 프로젝트A를 비롯한 다운타운 아트갤러리로 유명한 캔모어의 구호가 왜 ‘아이 캔 모어(I Can More: 그것 말고도 더 많은 매력들)’인지 실감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승무원들이 명랑하고 붙임성 좋은 웨스트젯 인천-캘거리 직항 WS87편을 타고 캘거리 공항에 오후 5시10분쯤 도착하니, 입국장에 ‘CANADA’ 국가 사인 조형물이 반긴다. 이곳에서 저마다 도착 인증샷을 찍는다.

캘거리공항, 캐나다 국가 사인 조형물

앞으로 캘거리를 관문으로, 카나나스키스, 캔모어, 밴프, 레이크루이스, 재스퍼 등 로키의 장쾌한 트레일이 줄 감동이 얼마나 큰 지, 아직은 잘 모른다.

초행길의 설렘은 늘 현장을 목도했을때 느끼는 최고의 감동 다음으로, 가슴을 세차게 흔들고, 나는 그 설렘을 즐긴다. 로키의 잠 못드는 밤이 될 지언정.

‘로키산맥의 꽃’, 밴프(Banff) 국립공원은 1885년에 지정된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으로, 알버타주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110~180㎞ 지점에 6641㎢ 규모로 형성돼 있다. 서울 면적의 11배이다.

카나나스키스

캘거리에서 출발해 카나나스키스 주립공원, ‘세자매 봉’이 랜드마크인 캔모어를 거쳐 밴프국립공원에 이르게 된다. 밴프 국립공원의 최고 절경 중 하나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에서 뻗어 북쪽의 재스퍼(Jasper) 국립공원으로 이어진다. 강변에 활나무가 많이 자랐다는 보우(Bow:활)강이 이 일대 곳곳을 적신다.

80~120년전, 유럽의 대부호들만 말을 싣고 머나먼 뱃길로 찾아와 ‘밴프 스프링스’에 여장을 푼 다음, 골프와 하이킹, 절경 감상, 미식 등을 즐기며 럭셔리 여행을 하던 곳이다.

캘거리의 국내 위상이 4위이니 광주-대전 공항급(인천제외)이라 생각했는데, 캘거리 국제공항은 의외로 크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촌 산 중 으뜸인 로키를 보러 세계인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캔모어

100여년전 스위스 탐험가들은 로키를 “알프스의 몇십배 혹은 100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널직한 공항 내부 한 벽면엔 로키의 모습을 유리예술 벽으로 길게 표현해 놓았다.

캘거리에서 캔모어로 이동하는 차창 밖으로 노랑잎 자작나무가 끝없이 이어지고 가을 걷이를 끝낸 들녘엔 대형 건초덩이들이 해발 1000m의 고원 대지를 군데군데 지키고 있었다.

캘거리에서 카나나스키스로 가는 길가, 가을걷이의 흔적들. 평지이지만 해발 1000m이다.

공항을 떠난 지 20여분이 지났을 무렵 로키의 모습이 멀리 나타나기 시작한다. 20분만 더 가면 초입부터 사람을 놀래킬 카나나스키스에 이른다.

가는 차와 오는 차가 중앙분리대를 가진 하나의 도로를 사용하지 않고, 따로 따로 있어 캘거리, 밴프, 재스퍼 국립공원의 메인도로들은 매우 안전하다. 차들이 잘들 오가는지 로키가 내려다는 풍경도 수시로 포착된다.

로키 “안전 운전 하셔요들~” 캘거리에서 캔모어-밴프 가는 길

어둑해질 무렵 캔모어 다운타운 언저리의 ‘샤토 캔모어’에 여장을 푼다. ‘두근 두근 투마로우’ 캔모어의 잠 못드는 밤이 이어지고, 늦잠을 잘 만도 하지만, 아침 6시30분에 깼다.

“헉”

내 숙소의 창은 동쪽이 아니라 서쪽 방향으로 나 있는데, 창가가 벌겋게 물든다. 부랴부랴 달려가보니 동쪽에서 뜨기 시작한 해가 서쪽 로키 산봉우리들만 일제히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캔모어 서쪽 방향의 산봉우리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었다.
캔모어 서쪽에서 보는 일출

로키에서 수목한계선(꽃과 나무가 자랄수 있는 한계 해발)은 2000m 쯤 되는데, 나무 없는 수목한계선 윗쪽 바위산(Rocky)들의 산정만 붉게 물들었다.

나무가 없는 산꼭대기이니, 동쪽의 아침 햇발은 서쪽 산봉우리의 반들반들한 돌에 부딪쳐 태양 보다 약간 옅은, 그러나 강렬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몇몇 산에는 빙하가 있어 거의 거울에 반사하듯 강렬한 아침 햇살을 머금고 발산한다. 지나던 구름도 한 몫 했다. 구름은 아침 햇빛을 받고는 곧바로 서쪽 산봉우리 꼭대기에 그 황금빛, 주홍빛을 공급했다.

캔모어에서 “아이 캔 모어!”

‘서쪽 산으로 이런 루비 보석 같은 일출을 맞다니..’

로키 탐험 전초전 조차 치르지 않았는데, 샤토 캔모어의 아침부터 큰 감동이 가슴에 파고 든다. 초반부터 훅 들어온 감동, “로키, 누구냐, 넌.”

‘알프스의 100배’라는 스위스 탐험가들의 말을 떠올리며 첫 날 여정을 꼼꼼하게 준비한다. 〈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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