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세상의 빛이 된 아빠. 보고싶다”…현장서 쓰러진 경찰관들 ‘경찰영웅’ 됐다
뉴스종합| 2024-10-20 12:27
이학만 사건으로 순직한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의 안장식이 16일 대전국립묘지에서 군·경 합동안장식으로 엄수돼 영송병이 영헌을 봉송하고 있다. 2004.9.16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2004년 시민들을 놀라게 한 ‘이학만 경찰 살해 사건’. 강력사건 피의자였던 이학만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피습당해 목숨을 잃은 심재호 경위, 이재현 경장이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심재호 경위·이재현 경장과 1995년 부여 대간첩작전에서 간첩과 총격전 끝에 순직한 나성주 경사·장진희 경사 등 4명의 경찰을 ‘2024년 경찰영웅’으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재호 경위(왼쪽)와 이재현 경장 [경찰청 순직경찰관추모관]

서울 서부경찰서 소속 강력2반 형사로 근무하던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은 2004년 8월 1일 저녁, 강간 피의자인 이학만을 검거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함께 출동했다.

이학만을 발견한 두 사람은 신분증을 제시하며 동행을 요구했다. 그 순간 피의자가 느닷없이 휘두른 흉기에 심 경위가 쓰러졌다. 이 경장은 동료를 부축하며 피의자를 제압하려 했으나 연이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두 형사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끝내 순직했다.

자동차를 훔쳐 일주일 가량 숨어 지내던 이학만은 8월 8일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침입했다. 그는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결국 붙잡혔다.

당시 정부는 심 경위와 이 경장을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더불어 이 사건은 위험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의 처우 개선을 이끌어 내는 주요 계기가 됐다. 국회에선 ‘위험직무 관련 순직 공무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나성주 경사(왼쪽)와 장진희 경사 [경찰청 순직경찰관추모관]

나성주 경사, 장진희 경사(당시 충남 부여경찰서 소속)는 1995년 10월 24일 충남 부여군 정각사(寺) 침투한 무장공비 작전에 투입됐다. 나 경사는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태조봉 인근에 매복했다. 이 과정에서 마주친 북한 공작원과 벌인 총격전 끝에 머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 중 순직했다.

이 총격전 이후 산속으로 도주하는 간첩을 장 경사가 추적했다. 그 역시 간첩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시 정부는 나 경사와 장 경사를 2계급 특진하고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했다. 두 경찰관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1997년 12월 부여 대간첩작전 전적지 현장에 경찰충혼탑이 세워졌다.

경찰청은 경찰영웅으로 선정된 경찰관들의 추모 조형물을 올해 말까지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순직경찰관 사이버 추모관이 마련돼 있다. 순직한 경찰들의 가족과 동료들이 꾸준히 이곳에 접속해 글을 올리며 그들을 추억하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전사·순직 경찰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상응하는 예우를 갖추는 일은 국민만을 바라보며 책임을 다하는 경찰관들의 사명감과 자긍심의 토대를 닦는 일”이라고 말했다.

순직한 심재호 경위의 딸이, 아빠의 20주기 추모식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말 경찰청 홈페이지 사이버 추모관에 올린 글 [경찰청 순직경찰관추모관]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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