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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파병’ 확인 미루는 美, 대선 앞 신중모드…北은 “유언비어” 전면 부인
뉴스종합| 2024-10-23 09:50
주유엔 북한 대표부 외교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한미가 한목소리로 움직여왔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 사이 북한은 연이틀 “근거없는 유언비어”라며 파병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한미가 북한 군사활동 분석에 긴밀히 공조해 왔는데 이번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질의에 “미국은 특정 정책 영역과 관련해 어떤 것을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전에 자체적인 프로세스와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미국은 자체 평가 때) 한국이든 다른 어떤 국가(의 정보 분석)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 가능성을 제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같은 날 국정원은 북한이 군 특수부대 1500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고, 향후 1만2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식 밝혔다.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의 발표 이후 미국 정부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고도로 우려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8일(현지시간) “우리는 이러한 보도들이 정확한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제했고, 21일에도 “보도를 계속 조사하고 있으며,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북 정책에 있어서 한 메시지를 발신하며 즉각적인 공조를 해온 한미 양국 정부의 대응과 시간적으로나 메시지 내용으로나 분명 차이가 있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중동전쟁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장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병 사실이 확실하다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대선 레이스에 부담으로 작용해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북한 문제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 이슈가 어느 쪽에 유리하게 전개될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그사이 북한은 파병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조선(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주장은 조금도 주목할 가치가 없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밝혔다. 전날 같은 회의에서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힌 것에서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한국대표부가 발언권을 얻어 “사실 관계는 분명하다”고 반박하자, 북한은 재차 답변권을 얻어 평양 무인기(드론) 침투건과 대북 전단지 살포를 꺼내 들며 “(한국은)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을 자행했고 평화와 안보를 논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핵보유국을 상대로 감행한 군사적 도발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위험천만한가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사유로 체험해 볼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일로 될 것”이라며 “그러한 사례는 최근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날 우리 정부는 긴급 NSC 상임위 회의를 열고 단계적으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사실확인 유보에 국제사회의 규탄 메시지도 즉각적이지 않고 속도조절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해서 우크라이나, 기타 우방국들과 긴 시간에 걸쳐서 함께 모으고 공유하면서 만든 정보 결과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정책 라인에서 현재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정보의 객관성과는 무관하다”라며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공표할 때는 앞으로의 조치나 대책까지도 준비가 된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파텔 대변인은 “(한국 정보에 대한) 신뢰에 관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는 가장 최신의 정확한 평가를 제공하길 원하며, 우리는 계속 그러한 보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조만간 고위급 차원에서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