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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큰손’ 국민연금·KIC는 ‘ESG’를 어떻게 드러내고 투자했는가 [투자360]
뉴스종합| 2024-10-26 07:05
[챗GPT를 이용한 시각물]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해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 양대 ‘큰 손’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두 기관은 ESG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자산 비중이나 투자 배제 전략, 조직 구성 등 운용 방식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체투자도 책임투자 적용해야”=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사각지대’를 만든 데에 시정 요구를 받았다. 현재 국내외 주식 및 채권 투자자산에는 반영하고 있는 책임투자 원칙을 대체 투자자산에는 아직 적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중기 자산배분 계획상 2028년까지 대체자산을 15% 내외로 유지할 예정인데, 이를 투자 규모로 따지면 150조원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은 물론 위탁운용사 선정에 있어도 당연히 ESG 책임투자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자산군에도 책임투자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국내외 연기금의 대체투자 책임투자전략 적용 사례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밸류업이 문제가 아니라니까…”=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ESG 정보공개 의무화부터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 세계가 ESG 경제와 지속 가능한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ESG 정보는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즉,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에 ESG 정보가 부족하다면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2021년에 발표한 ESG 공시 도입 일정을 지난해 돌연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 현재까지 적용 시기·대상·범위 등을 구체화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반면, 올 들어 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은 ESG 공시 법제화를 예고, 의무화 초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선 상태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ESG 정보는 투자자, 기업, 고객, 소비자, 정부, 시민사회 등 ESG 시장 생태계에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의존하는 핵심 고리”라며 “ESG 공시 의무화가 지체될수록 우리나라는 특히 ESG 투자에서 갈라파고스화 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국부펀드, KIC 추격하는데”=국부펀드 KIC에 대해선 ESG 투자 비중 확대와 신규 투자 배제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8월) KIC의 ESG 투자 비중은 연평균 1.9%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CalPERS(10.1%), 캐나다 CPPIB(14.7%), 일본 GPIF(6.9%) 등 주요 글로벌 해외투자 기관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운용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릴 투자배제 의제를 발굴하는 등 시장 의제는 날로 고도화되는 반면, 조직 체계는 시장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국부펀드(NBIM)의 경우, 책임투자 인력만 50여 명로 늘릴 만큼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KIC의 경우, 단 6명에 그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IC는 하나의 ‘팀’ 수준에 그친다”며 “책임투자실 설치 등과 같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실제 글로벌 연기금·국부펀드 분석기관인 글로벌 SWF가 올해 세계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투명성·신뢰도 및 책임투자를 살펴본 평가에서 KIC는 지난해 공동 7위에서 9위로 두 단계 내려왔다. 노르웨이(NBIM)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KIC를 추월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가 공동 9위로 따라붙은 상태다.

▶“‘아동노동’ 기업 투자 배제 언제하나”=아울러 ‘투자배제’ 전략 추진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투자 배제 전략은 ESG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석탄, 대량살상무기 등 특정 테마 및 산업의 기업에 아예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3월 KIC는 투자배제 분야 관련 신규테마 분야 투자배제 도입 등에 관한 검토 내용을 골자로 한 외부 자문 용역을 실시, ‘아동노동’ 분야가 그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기재위 소속 정태호 의원은 “해당 연구 용역 종료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 KIC의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없는 상태”라며 “KIC도 적극적으로 ‘아동노동’ 분야를 신규 투자배제 분야로 검토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KIC는 ▷ESG 유관 자산에 대한 투자 강화 ▷투자배제 분야에 있어서 선제적 대응 ▷ ESG 강화를 위한 신규 수단 확보 등 세가지 측면에서 ESG경영을 내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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