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파트가 뭐예요? [헤럴드광장]
뉴스종합| 2024-10-27 20:30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에서 아파트는 외래어입니다. 원래 우리말에는 아파트가 없었습니다. 그런 주거문화가 없었기에 문화와 함께 들어온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들어온 말인데 일본을 거쳐서 들어와서 모양이 달라졌습니다. 영어의 아파트먼트(apartment)가 일본으로 가서 ‘아파토’로 줄어들었습니다. 일본어에서는 외래어를 줄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어의 아파트와 일본어의 아파토는 어감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값비싼 아파트부터 저렴한 아파트까지 다양하게 연상이 되지만 일본에서는 주로 아주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닙니다. 아파트가 수십억씩 한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단 영어와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에 들었을 때 아파트먼트를 떠올리지 못합니다.

사실 영어에서 아파트라는 말은 집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앞에서 제가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표현했지만, 실제 받는 느낌은 약간 무시에 가깝습니다.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 마음대로 쓴다고 보는 태도라고나 할까요?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말이기에 그렇다는 말도 좋은 변명은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단어가 세계 속으로 퍼지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케이팝을 선도하는 그룹인 블랙핑크의 로제가 브르노 마스라는 세계적 팝스타와 함께 부른 아파트라는 노래가 엄청난 인기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술 먹기 게임에서 착안하여 만든 노래라고 하는데 귀에 쏙쏙 박히는 리듬과 가사로 세계를 휘어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가사 아파트가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외국인도 신나게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인이 따라 부르면서 묻는다고 합니다. ‘아파트’가 뭐냐고? 아파트를 쌓는 흉내를 내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겁니다. 아파트가 무슨 뜻인지 알고는 박장대소를 합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무시하는 느낌이 아니라 재미있다는 반응입니다. 아파트라는 표현을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아파트가 어쩌면 외국의 아파트먼트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외래어였던 아파트가 한국어의 모습이 되어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어 아파트만의 느낌으로 세계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아파트를 아파토 대신 사용할 수도 있을까 궁금해 지네요? 외래어가 다시 다른 나라에 외래어가 되어서 나아가는 특별한 현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영어 사전에 등록될 수도 있겠네요.

다만 조금 걱정인 것은 아파트의 ‘의미’입니다. 아파트가 부의 상징처럼 되고, 투기의 상징이 된다면 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느새 아파트 사는 것을 포기한 젊은 층이 늘고 있습니다. 사는 곳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사지 못할 곳이 된 현실이 매우 씁쓸합니다. 한국어가 즐겁고 아름답게 기억되기 바랍니다. 추억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아파트를 집이 아니라 게임의 이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징어게임과 같이 게임으로만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예능프로그램이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예능 속의 다양한 게임이 세계의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입니다. 세계인이 게임의 즐거움을 누리고 한국어의 재미도 느끼기 바랍니다. 글을 쓰는 데도 아파트 아파트가 계속 입에 맴도네요. 귓가에 맴돌아 수능 금지곡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해가 금방 됩니다. 한편 수능 금지곡의 의미를 외국인은 알까요?

조현용 경희대 교수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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