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18%
해외에선 '국가적 위기' 인식으로 사용 제한
규제만이 능사? 청소년 자기결정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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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00아, 휴대폰 좀 그만 보고 밥 좀 먹어라.” “수업 중에 스마트폰 보다 걸리면 무조건 압수야.”
요즘 부모들과 교사들은 아이들과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아이들이 집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보니 대화는 사라지고, 수업이나 학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학교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정치권과 정부가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 추진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를 더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그만큼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교내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적·독립적 의사결정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청소년의 과의존 현상은 심각한 상태다.
여성가족부가 초4·중1·고1 124만9327명을 상대로 조사한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22만1029명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의 17.7%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각각 17만4374명, 12만7845명이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모두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도 8만1190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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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도 디지털 정보격차·웹 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도 청소년(10∼19세)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40.1%에 달했다. 심지어 3∼9세 어린이도 4명 중 1명(25.0%)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1분 남짓의 짧은 동영상인 '숏폼' 이용 시간 통제가 어려운 청소년이 많았다는 점이다. 스스로 숏폼 이용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36.7%로, 전 연령대 평균(23.0%)보다 13.7%포인트 높았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는 부모와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세대간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인권위와 시도교육청 인권센터에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금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민원과 진정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2014년 이후 최근까지 학생 휴대전화 수거 관련 진정 300여건과 관련해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전면 금지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7일 기존 입장을 뒤집고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학칙에 명시한 고교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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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결정 이후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여당 의원의 발의로 관련 법 마련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도 어떤 형태든 학교 95%가량이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한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여당이 발의했지만, 취지에는 야당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내년도 입학철에 맞춰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교 안에 별도의 사물함을 만들어 학생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 때 돌려주는 식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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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월 학생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또는 금지를 규정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교육위원회 등이 2026년 7월 1일까지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또는 제한 정책을 수립하고 5년마다 정책 검토를 하도록 했다.
영국은 올해 초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도록 학교에 지침을 내린 데 이어 관련 법안도 최근 발의했다. 법안은 모든 학교가 '휴대전화 없는 지대'가 돼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담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법적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칫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한 '게임 셧다운제' 당시 불거졌던 논란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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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나 교육 목적으로 스마트폰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 교내에서 전면 사용 중지가 아닌, 수업 중에만 사용을 제한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추진되는 법안은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학생과 교사 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제시할 법적 근거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제한 방안이나 미이행 시 처벌 규정은 교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