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성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가 출연한 영상. [숙명여대 유튜브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려드린다는 게 굉장히 부끄럽네요. 그래도 졸지 말고 잘 집중해주면 좋겠습니다."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권우성 교수가 초미세 나노소재 '양자점'(퀀텀닷)을 설명하는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학교 마스코트 '눈송이' 인형을 쓰다듬으며 듣기 편한 소리(팅글)와 함께 '양자점'을 설명하는 이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영상은 지난 7월16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뒤 석달여 만인 3일 현재 조회수 34만9899회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숙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교수·동문 인터뷰 영상 조회수가 1000∼5000회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수치다.
지난 달 31일 연합뉴스와 만난 숙대 재학생 영상 제작팀 '숙튜디오'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교수님 ASMR'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고 있다.
창단 멤버 이지연(24)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능을 치른 뒤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수업만 들으면 잠이 잘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학교 측과 교수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다는 등의 이유로 섭외를 거절해 영상을 촬영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유진(21)씨는 "교수님들이 자기가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프롬프터도 봐야 하는데 민망해하시는 듯 해 실제 촬영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튜브 댓글과 교내외 뜨거운 반응은 큰 힘이다.
노연주(20)씨는 "'숙명여대가 아니라 숙면여대', '교수님이 팅글에 재능이 있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 네티즌들은 "숙대는 아닌데 숙면여대생으로 인정해 주시나요. 잠은 잘 자요", "교수님 진짜 ASMR 너무 잘하심. 목소리 안정감 대박. 잠 안올때 듣는 재생목록에 넣음", "숙대생도 아닌데 교수님 시리즈를 계속 들어와 듣고 있다", "권 교수님 ASMR 들으면서 지식 + 스트레스 완화. 금상첨화 경험 중" 등의 댓글을 달았다.
영상의 주인공인 권 교수는 2022년 숙대에서 선정한 '3년 연속 강의 우수 교원'에 꼽히기도 했다.
권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아 '졸지 말라'는 말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ASMR 영상에 '졸리다'는 댓글이 달려 신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태 수업을 재미있게 잘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졸음을 참느라 고생한 게 아닐까 반성도 했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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