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다우지수에 인텔 퇴출, 엔비디아 입성...혁신이 가른 판도
뉴스종합| 2024-11-04 11:12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 25년 만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된다고 한다. 다우30지수는 미국 초우량 대기업 30개 종목을 모아놓은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다. 엔비디아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어 다우30지수에 편입된 네 번째 빅테크 종목이 된다. 반면 30여 년 전 ‘닷컴 붐’을 주도하며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엔비디아에 자리를 내주고 25년 만에 퇴출된다. 제아무리 세계를 호령했던 글로벌 기업이라도 기술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다우지수 편입 종목 변경은 AI에 따른 기술 산업 지형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AI 붐을 타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즉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했지만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 부문 선두를 유지하는 데 머물면서 모바일, AI 전환 등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애플의 요청에도 스마트폰 칩 생산을 주저했고, 2005년 엔비디아를 200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하는 패착을 뒀다. 6년 전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투자 기회 마저 날렸다. 최근에는 CPU 경쟁사인 AMD가 추격하면서 퀄컴 등에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인텔 주가는 올 들어서만 51%가량이 빠졌지만, 엔비디아는 180%가량 오르며 세계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인텔의 수모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은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도 위기국면에 처해 있어서다. AI 반도체에서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하지 못했고 파운드리(위탁 생산)에서는 TSMC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마저 악화하면서 ‘나홀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낸 배경이다.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자체적 쇄신과 혁신 노력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쟁기업들 보다 불리한 환경은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주52시간 규제다. 엔비디아, TSMC 연구원들이 밤새워 연구할 때 한국 연구원들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노동 규제 예외 규정(white-collar exemption)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만큼 절실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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