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대게·방어 먹고 온천서 힐링...울진 ‘건강여행’
라이프| 2024-11-05 11:03
수산물 축제가 열리는 울진 죽변스카이레일과 늦가을 바다
덕구온천 계곡
죽변항 수산물축제 중 활어 맨손잡기
곰치국

오륙도에서 나진까지.... 동해바다 전체가 청정 해역이라지만, 울진만큼 빼어난 곳도 드물다. 다 이유가 있다.

섬이 별로 없는 동해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대체로 밋밋한 수중 지형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울진 앞바다 해양 동식물들은 수중 산에도 오르고, 계곡에도 놀러가며, 미역을 해먹 삼아 쉬기도 한다.

울진의 바다 생물은 다채로운 환경 속에서 이런 저런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를 체험하고, 때로는 천적을 만나 암초 숨바꼭질하며 순발력도 키운다. 풍요로운 먹이사슬로 영양분도 골고루 섭취한다.

이유는 백두대간과 평행하게 남북으로 달리는 수중산맥 왕돌초 때문이다. 천혜의 바닷속 생태계를 갖춘 이곳은 공식적으로 큰 덩어리가 남북으로 54㎞, 동서로 21㎞이다. 주변의 수중 구릉지형 몇 개를 더 합치면 그 길이와 폭은 더 커진다.

북으로는 삼척 최남단에서 시작하는 왕돌초는 울진 전역을 지나 영덕 중간께까지 이어진다. 족히 80~90㎞는 된다.

울진의 방어는 부위별로 식감이 달라 한 마리에서 여러 생선 맛이 나고, 광어와 우럭는 쫄깃한 식감에 씹는 맛이 있다. 우럭 지리(맑은탕)는 맛도 맛이지만 아침 속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대게는 높은 수율(속이 차 있는 정도)을 보이며 맛이 진하다.

예부터 울진 수산물의 품질을 잘 아는 다른 지방 양반들이 앞다퉈 매입하려 했으니, 수산물을 지고 봉화 쪽 십이령을 넘는 보부상은 최고의 극한직업 중 하나였다, 울진 ‘등금쟁이’들과 ‘바지게꾼’들은 내륙의 특산물을 충분히 담아오고도 두둑한 노자를 챙길 수 있어 고된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라와 경쟁하던 ‘실직국’ 중심

공교롭게도 왕돌초가 지켜주던 울진과 삼척은 6세기 초까지 동해시, 태백시, 영덕군과 봉화군 등을 거느린 중견 국가, ‘실직국’의 중심이었다. 나라 탄생 시기 역시 원(原)신라인 음집벌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문경, 의성, 예천 등 군소 독립국을 병합한 신라가 실직국에 대해서도 간섭을 본격화하자, 울진 사람들은 저항하기 시작한다. 결국 신라 법흥왕 때 진압당해 신라 규정을 지키기 시작한 때는 524년. 국보인 울진 봉평리 신라비가 그 증거다.

실직국은 울진 북서부 금강송면 일대에 성을 쌓고 항전을 벌였으나 이사부 군대에 의해 멸망한다. 신라비를 세우던 때와 비슷한 시점이다. 울진군은 신라비 전시관을 두고 울진과 실직국 고유의 문화, 신라와의 화합 과정을 알리고 있다.

청정 계곡이 아름다운 울진 왕피천은 적의 기습에 피신했던 실직국 왕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중에 고려에 망한 신라 경순왕의 손자이자 ‘마의태자’의 조카인 김위옹은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실직군왕에 봉해진다. 즉 고려는 신라를 지우는 대신, 실직을 상징적으로 부활시켰던 것이다.

죽변항에서 즐기는 수산물 축제

청정해역 왕돌초의 최대 수혜 고을인 울진이 ‘동해바다 보물상자’로 불리는 죽변항에서 ‘수산물축제’를 연다. 올해에는 어는 8~10일 열린다. 죽변은 북으로 삼척과 접하고, 울릉도·독도와 최단 거리에 위치하며, 동해안 어항 중 묵호·죽도·후포·주문진과 함께 ‘빅5’로 꼽히는 곳이다.

축제에서는 제철 수산물로 가성비 높게 건강을 챙기고, 가오리 맨손잡기 등 즐길 거리로 스트레스도 확 날려버릴 수 있다. 수산물·건어물 판매 장터, 활어 맨손잡기, 요트 승선체험 등 대표 행사와 수산물 레크레이션, 죽변항 수산물 즉석 경매 등 체험행사도 있다.

죽변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해변은 2004년 방영된 배우 송윤아·김석훈·김민준 주연의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 주변의 소죽(小竹)이 군락을 이뤄 푸른 바다, 해안스카이레일과 어우러지면 멋진 ‘컬래버 풍경’을 만들어낸다. 소죽은 화살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그 위에는 죽변 등대가 운치있게 서 있다.

울진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죽변스카이레일은 자동으로 시속 5㎞ 속도로 움직이는 모노레일이다. 코스는 죽변항~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8㎞ A코스, 후정해변~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의 B코스가 있다. 현재는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유턴하는 코스만 운행한다.

‘등금쟁이’ ‘바지게꾼’의 고된 여정

조선 시대, 아름다운 죽변에서 어획한 청정 수산물은 울진 등금쟁이, 바지개꾼과 ‘선질꾼’에게 실려 봉화 내성장으로 간다. 실직국이 마지막 항전을 했던 금강송 군락지 인근에는 짐꾼들이 잠시 쉬어가던 주막터, ‘십이령 주막광장’이 있다.

울진 행상꾼들은 무려 열 두 고개를 넘어 수산물과 농산물을 봉화 내성장에 풀어놓았다. 80~90㎞를 2~3일 만에 갔다고 하니, 산티아고 순례자조차 범접 못할 체력과 인내력이라 할 만 하다.

울진에서는 정처 없이 떠도는 보부상을 등금쟁이라 불렀고, 주문대로 정해진 코스를 다니는 사람을 십이령 바지게꾼이라 했다. 상인과 택배꾼을 구분한 것이다. 십이령 고갯길 초입에는 울진 내성 행상 불망비가 비각과 함께 서있다. 이 비는 조선 말기인 1890년께 울진과 봉화를 왕래하며 상행위를 하던 상인들이 그들의 최고 지위격인 접장(接長) 정한조와 반수(班首)인 ‘행상꾼 리더’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이례적으로 철로 만든 비다. 철은 강하고 영원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동고동락하던 벗에 대한 강한 우정이 느껴진다. ‘선질꾼 비’라고도 불린다.

주변은 청정옥수 계곡, 하식절벽, 푸른 금강송이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다. 아 같은 경치가 행상꾼들의 피로를 풀어줬으리라. 그리고 그들은 오며 가며 주막에서 ‘등금쟁이 타령’을 불렀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 처소로는 새재성황사가 있다.

울진의 등금쟁이와 ‘보부상’ 바지게꾼은 생업만 하지 않았다. 1919년 이른 봄,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에 퍼지고 있음을 알렸고, 울진 내 기미년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덕구온천·구수곡 휴양림서 ‘보양 관광’

십이령 주막터 인근에는 자연 용출되는 덕구 보양온천과 구수곡 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덕구계곡은 해발 998m의 응봉산 아래 건강에 좋은 온천의 원천이 있는 곳이다. 울진 곰치국, 방어회, 울진대게 등 청정 수산물로 배 채운 뒤 그리 험하지 않은 원탕까지 산책을 마친 다음, 덕구온천에서 심신을 풀어줘도 좋겠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지는 4㎞의 오솔길은 금강산 구룡폭포 가는 길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절경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2개의 축소판도 설치돼 있다. 금문교, 서강대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청운교 등을 하나씩 지나면서 형제폭포, 옥류대, 용소폭포 등 절경을 감상 하다보면 덕구온천의 원탕에 다다른다. 원탕 아래 설치된 족탕도 인기 스팟이다.

계곡을 따라 약 45분 정도 걷다보면 미네랄이 풍부한 약수터가 나오는데, 이곳이 ‘효자샘’이다. 옛날 어느 나무꾼이 부모님이 불치의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자 이 약수물을 길어다 드시게 하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칠 만 하면 벌떡 일어나게 하는 것이 많은 울진은 동해안 최고의 건강도시 중 하나이다.

괌 지중전망대처럼 물 속 생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국립해양과학관의 수중전망대, 왕피천 하류 은어다리, 관동팔경 중 울진에만 2개가 있는 망양정과 월송정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 명소다.

울진=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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