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세영PD "보여주기 전에는 '내가 언제 그랬어'라고 한다"
윤세영 PD. |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한이결’)은 이제 막방을 앞두고 있다. 총 17회중 16회까지 방송됐다. 2.4% 정도의 안정된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 이제 프로그램을 정리할 단계다.
'한이결'은 유명인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가상 이혼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부부가 간혹 서로 싸우며 갈등하는 모습이 나올 때에는 "자극적이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 가상 이혼 프로그램의 미덕은 있다.
'한이결'의 효용가치는 무엇인가? 자신을 객관화시켜준다. 이혜정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부부간 싸움은 자신의 행동을 각자 자의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좀처럼 간격이 줄어들지 않는다. 좀처럼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럴때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골프장에서 스윙을 하는 장면이나 스키 슬로프에서 스킹하는 장면을 찍어서 보여주면, "내 폼이 이렇게 엉망이었어"라면서 고쳐야겠다고 마음먹는 것과 같은 효용가치를 지닌다. 마치 교통사고를 내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 CCTV를 보면 꼼짝 못하는 것처럼 활용될 수도 있다.
'한이결'은 이혜정-고민환 부부, 최준석-어효인 부부에 이어 요즘은 재출연한 정대세-명서현 부부, 로버트 할리-명현숙 부부간의 문제를 방송하고 있다.
'한이결'의 윤세영 PD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촬영할때 모습을 이야기해주면 '내가 언제 그랬냐'라고 인정을 못하는데, 막상 해당장면을 보여주면, '아이고 내가 그랬구나'라고 하면서 고쳐야겠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PD는 "이혜정 선생님도 '평소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없었는데, 남편도 '내가 그렇게 독하게 소리를 질렀어'라고 말하면서 오래 못보고 방안으로 들어가더라고 말했다. 최준석 씨도 그런 걸 많이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고민환 씨가 방송으로 나간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못보고 방으로 들어갔다는 말은 자신의 잘못을 쑥스럽게 인정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윤 PD는 "다른 관찰 프로그램도 좀 더 리얼한 상황들을 촬영해 보여주지만, '한이결'은 나의 리얼한 삶이 이렇구나, 내가 눈을 부라렸고 앙칼진 독기를 보여준 것에 대해 스스로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준석 씨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 키워져 누구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족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짠함도 있고. 아내 입장에서는 쌓이는 게 있을 것이다"면서 "최준석 아내가 부부심리상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최준석이 안하려고 했다. 자기 이야기를 타인에게 하고 싶지 않았고, 해봐야 어느 정도 솔루션을 해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다 상담을 하면서 자기 속내를 캐치해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도 개선하려고 하다 상황이 악화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PD는 "준석 아내인 어효인 씨는 치료 목적도 있었지만, 남편이 자기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으면 했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준석 씨가 고마운 것은 자신이 악플을 받아 다행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마음의 준비가 돼있더라. 아내는 예고편이 나갈때 '내가 심하게 나간 건 아닐까' 하면서 약간 불안해했다. 반면 준석은 차라리 자기가 욕을 많이 먹어 다행이라고 했다. 아내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PD는 기성세대 남편 스타일 같은 고민환에 대해서는 "자기 세계관이 뚜렷하다. 외적 반응에 별로 신경을 안쓰는 분이다. 재출연한 것은 두 사람이 잘 살아보자는 컨셉이었기 때문이다. 파일럿 때는 진짜 이혼하냐는 사람들도 있었고 실제로 이들이 이혼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서로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이결'의 또 다른 미덕은 눈물을 흘릴만한 감동 포인트다.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권익이 신장됐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여성들이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어효인 씨, 정대세 아내인 명서현 씨도 저와 비슷한 연령대다. 자기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아내와 엄마로서 살다 어느날 과거를 회상하니 무력감에 눈물 흘리는 것에 나도 눈물이 나면서 공감했다. 명서현 씨도 과거 승무원 시절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서 울더라. 이들은 부부간 갈등 요소가 있지만 그안에 인생 스토리가 있다. 이걸 되돌아보거나 싸움과정속에서 드러날때 공감이 된다. '골때녀' 작가가 '한이결' 작가인데, 결혼한 이후 축구가 분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이결'도 여성이 감추고 있던 것을 터뜨리고 싶은 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윤세영 PD는 "처음에는 자극적이다고 했다. 하지만 자극과 삶의 이야기가 공존한다. 겉으로는 이혼하겠다고 하지만 이혼이 주로 다뤄지는 건 아니고 한번쯤 문제점들을 얘기하는데, 그 속에서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를 모색해보는 거다"고 '한이결'의 특징을 소개했다.
64세인 로버트 할리는 5년전 마약 복용으로 이제는 가정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됐다. 현실적인 문제가 부부갈등 요소로 작용했다. 아내 명현숙은 "당신 365일 백수잖아"라고 했다. 할리는 "내가 죄인이니까 이 집에서 사라지면 되겠지" 하고 먼저 이혼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윤 PD는 "할리 아내인 명현숙 씨가 적극적이었다. 할리의 이혼 결심을 보고 '우리 가족도 바뀌었으면 한다'면서 울었다. 진정성 있게 원하는 부부가 있다면 사회적 물의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정대세의 아내 명서현은 고부갈등이 부부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명서현은 "(시어머니가 계신) 나고야의 '나' 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그 곳이 당신에겐 천국일지 몰라도 나에겐 지옥이다"라고 말할 때만 해도 조금 과하다고 느껴졌다. 고부갈등이 있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데려가지 않은 것은 손자 손녀를 볼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명서현은 아이들을 시어머니가 있는 나고야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 정대세는 그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대세는 나고야로 가 친형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친형은 누구의 편을 든다는 차원을 넘어 고부갈등의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정대세 형을 데려오면 이혼을 막을 수도 있겠다는 믿음까지 생겼다.
정대세 형의 말을 들어보니 정대세-명서현 갈등이 또 다르게 보였다. 대세는 "아내가 아이들을 나고야에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을 어머니에 대한 복수"라고 했다. 대세 형은 그런 차원에서 사안을 바라보지 않았다. 대세 형의 진단을 통해 이들이 어디서 부터 잘못됐는지가 명쾌하게 드러났다.
"(둘 사이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너는 처음부터 서현이의 남편으로 본가에 오지 않았고, 엄마의 자식으로 집에 왔다. 그것 때문에 시작이 꼬인 거지. 아내를 지켜주겠다는 모습을 처음부터 안보여준 거지. 아내를 데리고 나고야에 오는 건 적진에 데려오는 것과 같잖아. 그런데 너는 적진에 데려오는 마음으로 오지 않았어. 특히 맨 처음에는 말이야. 너가 잘못한 게 그거지. 너는 그냥 힐링하려고 왔잖아"(정대세의 친형)
이렇게 정확하게 진단이 내려져야 올바른 해결방법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정대세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는 대세 누나도 고부갈등을 겪으며 아이들을 친정에 데리고와 지내고 있었다. 대세 누나는 명서현 편을 들어주었다.
윤 PD는 "명서현이 시어머니 문제에 극도로 예민하다. 애들을 시댁에 안보내고 단절하고 사니까. 마지막회에 시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고부갈등과 해결을 생각해보게 한다"고 전했다.
'한이결'은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갈등을 다루지만, 뒤로 갈수록 가족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정대세-명서현 부부, 로버트 할리-명현숙 부부는 더욱 그렇다. 대세-서현 부부의 문제는 당사자 외에 양쪽 가족, 특히 대세 가족의 역할이 문제와 갈등 해결의 큰 열쇠로 작용하는 듯하다.
할리-현숙 부부는 다 큰 세 명의 아들들이 부모의 이혼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 이들은 아이들이 어릴때 왔던 캠핑장에서 가족들이 모처럼 함께 하고 있다. 또, 할리는 미국에서 돌아가신 모친 등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윤세영 PD는 "과거 바람핀 남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혜정 씨, 마약 복용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할리 씨, 고부갈등으로 흔들리는 명서현 씨, 큰 사기를 당해 경제적 손실을 입은 최준석 씨 등은 부부갈등을 경험하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보는 게 관전포인트였다"면서 "시청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부부간에는 간혹 싸우는 게 음식의 조미료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싸움은 가능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부부는 안싸우는 게 가장 좋다. 부부갈등과 싸움이 심해지면 이혼으로 갈지도 모른다. 부부는 불편한 것마저도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그러면서 싸우지 않고 대화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거다.
윤세영 PD는 MBC '만원의 행복'으로 입봉한 후 'E뉴스' '속풀이쇼 동치미' '현실남녀' '미식클럽' '보이스퀸' '보이스트롯' 등 다양한 예능을 연출하며 남다른 실력을 발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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