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선교사의 후손 플랫 쉴라 여사
할아버지도 한국에서 선교사로 일해
증조부 편지 등 귀한 자료…기부 의사
한국 1세대 내한 선교사 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의 증손녀 쉴라 플랫 여사가 가족 사진을 보면서 가족사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이민경 기자] |
[헤럴드경제(미국 뉴저지 메디슨)=이민경 기자] 구한말 미국 감리회 목사로 한국에 들어와 배재학당과 정동교회를 설립한 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 선교사는 1세대 선교사의 대표주자다. 그의 딸 엘리스 레베카 아펜젤러 역시 이화학당을 발전시키는 등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는 국내 대표 사학을 키워냈다.
아펜젤러 목사의 흔적은 비단 한국에만 있진 않았다. 초기 한국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편지와 일기 등 귀중한 자료를 그의 증손녀가 보관하고 있었던 것. 그는 증조부의 편지를 한국에 기증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아펜젤러 목사의 증손녀 쉴라 플랫(76) 여사는 최근 미국 뉴저지주 매디슨시에 있는 드류신학교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증조부가 돌아가셨을 때 할아버지가 12살에 불과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드류신학교를 졸업한 직후 1885년 한국으로 넘어와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02년 인천에서 출발해 전남 목포로 가던 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숨졌다.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44세였다.
그는 “증조부는 선교사의 사명에 깊이 헌신하신 분”이라며 “처음 1~2년은 언어도 모르고 문화도 낯설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곧바로 한영사전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한 할아버지 헨리 닷지 아펜젤러는 물론, 어머니까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지난 7월 와이오밍주에 있는 사촌 농장 창고에서 증조부가 남긴 편지 더미와 일기를 찾았다”며 웃었다.
편지에는 유머러스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아펜젤러의 유쾌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근엄한 선교사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편지에서 증조부는 친구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심지어 놀리기도 하는 유쾌한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분량이 상당하다고 들었다”며 “증조부가 드류신학교 동창에게 보낸 편지들이 많은데, 입국 초창기 한국 생활이 어떠했는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증 의사는 확실히 있다”면서도 “그 전에 먼저 가족들이 먼저 읽고 내놓을 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교성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관장은 “아펜젤러 선교사 초기 자료라면 기독교 뿐만 아니라 역사적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드류신학대를 나와 뉴저지에서 목회 중인 안성천 목사도 “아펜젤러와 관련 있는 국내 여러 단체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유족들은 지난 2022년엔 아펜젤러가 고종에게 하사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흑칠삼층장’을 후손들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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